[이덕형 칼럼] 소비쿠폰 내수 살리되, 인플레이션 불씨는 꺼야 할 때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6-20 12:57:46

▲소비쿠폰 내수 살리고, 인플레이션 불씨는 꺼야 할 때

이덕형 칼럼

갈이천정(渴而穿井) '목마른자가 우물을 판다'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안자춘추’ 에 나오는 고사로, 노나라 소공이 권좌에서 밀려 제나라로 도망친 뒤 자신의 실책을 뉘우치며 충신을 등용하지 않은 과거를 후회한다. 

 

그러나 제나라 경공의 심복 안자는 이를 듣고 “전쟁이 나서야 무기를 만들고,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파는 것처럼 미리 대비하지 않은 자의 후회는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이 고사는 사태가 벌어진 뒤 후회해도 소용없고, 사전에 준비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해갈이 절실한 상황이다. 윤석열 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꽁꽁 얼어붙었던 내수 시장에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으로 정부가 약 30조 5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라는 단비를 내리기로 했다.

이 중 11조 3천억 원이 내수 활성화에 집중되며, 특히 전 국민에게 최소 15만원 상당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데 10조 3천억 원이 배정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닫혔던 국민들의 지갑을 열고 경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정부의 이번 과감한 조치는 분명 환영할 만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가계는 물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존 기반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수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되어 있던 내수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마중물' 역할이 필수적으로 이번 추경은 그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는 민생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고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처럼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경우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과도한 경기 부양책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현재 물가가 완전히 안정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소비쿠폰 지급은 자칫 수요 견인을 넘어 수요 과잉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더불어 이번 추경이 국채 발행 없이 기존 기금을 활용하여 조달된다고는 하나,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일시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의 정책이 단순히 '돈 풀기' 혹은 '일회성 선심'으로 비치지 않도록 정교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실제 소비로 연결되는지,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편중되지는 않는지, 그리고 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즉각적인 보완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민생 회복과 경기 진작이라는 목표는 분명 정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그리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경기 부양의 불씨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들불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하고 균형 잡힌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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