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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뉴진스를 기다리지 않는다/이덕형 칼럼 |
이번 법원의 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계약을 둘러싼 ‘현실’과 ‘이상’ 사이의 줄다리기가 냉정한 현실 앞에서 멈춰 선 것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자신들만의 콘텐츠와 무대를 꿈꿨겠지만, 그 꿈은 계약서라는 틀 안에 묶여 있었다. 그 틀이, 지금은 그녀들의 날갯짓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것은 ‘법적 구속’이 아니다. 중요한 건 바로 시간이다. K-팝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돌아간다. 데뷔 1년 만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뉴진스조차, 활동이 멈춰버리면 팬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그 사이, 다른 그룹들이 새로운 음악과 퍼포먼스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한때 정상을 찍었다 해도, 시장은 공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지금 뉴진스가 처한 진짜 위기다. 지금 그녀들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분명하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힘들어도 계약을 이행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지키고, 팬들과의 연결을 유지하며 다시 자유로운 날개를 펼칠 날을 준비하는 것이다. “계약이 있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법적 구제가 통하지 않았고, 계약이 남아 있는 지금, 뉴진스는 무대 위에서 빛날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법정이 아닌,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팬들은 그 누구보다 그녀들의 재능을 믿고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 기다림도 시간의 한계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건 아티스트 자신이 된다.
지금 뉴진스의 선택은 하나다. 법정이 아닌 무대 위에서, 계약의 틀 안에서라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도, 팬들에게도, 그리고 뉴진스라는 이름의 존속을 위해서도 가장 현명한 길이다. 다시 자유로워질 그날까지, 뉴진스는 자신들의 ‘무대’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 무대가 사라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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