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대한항공, 비판보다 필요한 건 ‘생존을 위한 이해’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6-15 08:00:00

▲대한항공, 비판보다 필요한 건 ‘생존을 위한 이해’/

이덕형 칼럼

 

대한항공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안을 반려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다. ‘아시아나 고객 차별’, ‘깜깜이 통합안’, ‘좌석 밀집화’까지, 대한항공은 연일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 비판의 칼날을 정당하게 들이대고 있는 걸까. 코로나19, 항공산업을 뒤흔든 ‘블랙스완’ 대한항공의 지금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항공산업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하늘길이 닫히자 전 세계 항공사는 줄도산했고, 대한항공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정부의 결정이 없었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파산했을 것이고, 그 여파는 국민의 여행과 물류, 국가 브랜드에도 치명적 영향을 남겼을 것이다.

그 위기 속에서 대한항공은 ‘국가기간산업의 수호자’라는 부담스러운 역할을 떠안았다.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자본을 조달해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공정위는 ‘소비자 불이익 금지’를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법적 요건에 따라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했다. 물론 초안에 불완전한 점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통합이라는 복잡한 작업에서 처음부터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여지’다. 공정위도 통합안 보완을 요구했고, 대한항공도 수정 의지를 밝힌 상태다. 지금은 결과를 성급히 단정하기보다는, 개선의 여지를 보며 지켜볼 때다. 아시아나 고객 역시 국적 항공의 새로운 미래의 일부이며, 대한항공은 이들을 포용해야만 진정한 통합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이코노미 좌석 밀집화 검토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수익성 개선 없이는 전체 항공망 유지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연료비는 폭등했고,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공급석을 늘려 수익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단기적 손익 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항공권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고객 편의가 희생돼선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항공은 ‘고객 경험’과 ‘생존’ 사이에서 현실적인 줄타기를 해야 하는 위치다. 비판은 필요하되, 지나친 감정적 몰아세우기는 오히려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여력 자체를 갉아먹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단순한 민간 항공사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날리는 ‘국적 항공’이며, 안보와 물류, 관광산업을 연결하는 국가 인프라의 일부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한항공을 감시할 의무도 있지만, 응원할 책임도 함께 가져야 한다.

아시아나와의 통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복잡한 구조조정, 이해관계자 설득, 서비스 품질 유지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지난한 여정이다. 그 길 위에 있는 대한항공을 향해 지금 필요한 건, 비판만이 아니라 함께 비행할 여유와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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