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대통령 '해고도 못 하면서 무슨 책임정치를 하나'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6-13 09:58:09

▲대통령 '해고도 못 하면서 무슨 책임정치를 하나'/

이덕형 칼럼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두고 “무덤 같다”고 표현했다. 외부와 단절된 조직, 움직이지 않는 시스템, 사람은 있는데 작동하지 않는 구조. 그 표현은 과장이 아니었다. 심지어 정권이 바뀌었지만 대통령실의 공식 홈페이지는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있고, SNS는 접속조차 안 되는 상태다.


더 심각한 건 인사다. 전 정부에서 민간 계약직으로 채용된 별정직 공무원 8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대통령실은 새 참모를 들일 수도, 기존 인력을 교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일은 안 하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현상은 누구 책임인가. 이재명 대통령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인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오랫동안 방치해온 ‘고용의 경직성’, 그 구조적 병폐의 결과다. 한국의 고용 법제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경직되어 있다. 한 번 채용한 인력은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도, 조직에 해를 끼쳐도, 정당한 사유 없이는 해고할 수 없다.

심지어 별정직처럼 정권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체되어야 할 직책조차 ‘자진 사퇴’가 없으면 그대로 자리를 지키게 된다. 민간 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성과 미달, 태도 불량, 조직 문화 미적응 등 실질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해고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법원이 기업 손을 들어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업은 해고가 두려워 인력을 뽑지 않고, 정규직 채용 대신 외주와 계약직에 기대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만들게 된다.이것은 결국 일자리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고용은 묶여 있고, 경제는 변하는데, 인사권은 없다. 누가 기업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누가 국가 책임을 지겠는가.

미국 대통령은 임기 첫날부터 자신의 사람을 전면에 세운다. 정권이 바뀌면 백악관은 물론 국무부, 재무부, 심지어 통계청까지 인사가 일제히 바뀐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를 통해 국가를 운영하게 하겠다는 시스템적 신뢰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대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람은 그대로다. 정책은 바뀌고 책임자는 바뀌는데, 실무자는 전임 정권의 유령처럼 자리를 지킨다. 그러면서도 일은 하지 않고, 고용은 보장되며, 월급은 세금으로 지급된다. 이것이 바로 대통령실이 ‘무덤’ 같다는 말의 본질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외쳐야 할 말은 “고용안정”이 아니라 “고용의 탄력성”이다. 일을 하지 않는 자는 떠나고, 새로운 인재가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민간과 공공 모두에 이런 생명력을 허용해야 한다. 일하는 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는 자까지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정의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다. 고용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 

 

우리는 이제 묻고 결정해야 한다. 고용이냐, 마비냐. 국민의 선택을 실현할 수 있는 대통령이냐, 허울뿐인 허수아비냐.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은 고용의 유연성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무덤 같은 조직'에 세금을 바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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