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본인 소개와 [아빠와 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늘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며 살고 있는 29살 청년입니다. [아빠와 나]는 아빠와 저의 이야기로 어릴 적 제가 본 아빠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어릴 때는 아빠를 보았고 지금은 아빠를 떠올리게 되었는데요, 제가 아빠의 나이에 점점 다가가면서 '이 나이 때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아빠가 29살에 결혼을 하셨는데 제가 지금 29살이거든요. 지금의 저도 고민이 정말 많은데, 당시에 아빠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빠와 나]는 어릴 때 보았던 아빠와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담은 책입니다.

아빠와 함께한 14년 동안의 시간을 책으로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아빠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다른 책을 쓸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한 번쯤은 뱉어내야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고, 지금이 가장 적합한 때라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제가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였거든요.
첫 출판은 [종로보행]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독립출판을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5년 동안 회사를 다니다가 27살의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 생각했던 어른의 나이가 27살이었어요. 27살이 되면 하고 싶은 건 다 할 줄 알았는데, 27살의 제 모습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다가 책을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연히 가게 된 광화문 소소시장에서 독립출판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나도 내 작품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을 하게 되었죠.
[아빠와 나] 에필로그에 '진짜 어른으로서의 걸음이 시작됐다는 걸 느끼고 지금이 아빠가 가장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걸 어떻게 느끼게 되셨나요?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하면 되었는데, 퇴사를 한 지금은 그 울타리를 벗어나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제가 지게 된 거죠. '대한민국 서른의 남자는 이런 모습이다'라는 사회적인 통념으로부터 책임감이 생겨나더라고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아니지만 어른의 시늉이라도 내야 할 것 같은 때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 아빠한테 궁금한 게 많아요. '지금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여쭤보고 싶어요.
[아빠와 나]에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으신가요?
[아빠와 나]에 '엄마' 이야기가 한 번 나와요. 엄마가 아빠의 병을 알게 되었을 때를 그림으로 그렸는데, 양손에 비닐봉지를 한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엄마의 그림자는 비닐봉지가 아니라 어린 두 남매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어요. 저는 [아빠와 나]의 주인공은 엄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기억이 남더라고요.
독자들이 SNS에 후기를 많이 올리셨는데, [아빠와 나]에서 어느 부분이 인기가 많았나요?
아빠의 모습은 그대로이고 제가 커가는 모습을 이어 그린 부분과 책 마지막에 '한 번만 더 아빠랑 아들로 만나자. 나는 아빠 같은 아빠가 필요해.'라는 부분이 후기로 가장 많이 올라왔었어요.
[아빠와 나]에서 아빠가 떠난 후로 나는 고등학생, 대학생, 군인, 직장인, 작가, 목수가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목수가 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람들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가구를 만든다고 말을 하는데 저는 글과 그림과 가구를 '짓는다'라고 표현을 해요. 이 세 가지 모두 표현의 도구라 생각하거든요. 저는 현재 '아트퍼니처'라는 철학을 담아낸 가구를 만드는 데, 표현할 도구가 나무로 바뀌었을 뿐이지 지금도 디자인할 때와 글을 쓸 때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졸업 전부터 취업을 해서 줄곧 일을 했기 때문에 한 번도 쉰 적이 없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미루다 퇴사 후 여유가 생겨서 여러 가지를 해보려고 찾던 와중에 가구 만들기를 시작했거든요. 하다 보니 흥미가 생겼고 특히 나무가 주는 포근함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게 되었어요.
목수로서 어떤 소품을 만드시나요?
저는 아트퍼니처를 주로 만드는데요, 가구로서의 요소를 갖추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1년을 주제로 12개의 가구를 만들고 있는데 첫 작품으로 7월을 주제로 제목은 '장마'라는 티 테이블을 만들었어요. 제가 만든 작품 '장마'는 비가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테이블을 조각도로 올록볼록하게 파고 테이블 다리는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그리고 테이블 의자의 팔걸이는 한 쪽만 만들었어요. 비 오는 날, 비를 맞으며 앉아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비로소 완성된 모습인데요, 저는 7월이 장마이기도 하지만 1년의 절반을 지나 돌아가는 시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오느라 지쳐있을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두 번째 작품은 4월을 주제로 제목은 '가장 잔인한 달'인데요, 토마스 엘리엇이라는 영국 시인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을 했어요. 왜냐하면 겨울에는 눈이 내려서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다 덮어버리지만, 봄이 오면 눈이 덮어두었던 세상의 안 좋은 것들을 직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잔인한 달이라 하더라고요. 저는 이 이야기를 저만의 스타일로 표현을 해 봤어요. 4월은 봄이 오고 새싹이 피어나지만 저는 깨어나지 못한 거죠. 친구들은 취업을 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당당하지 못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4월이 가장 잔인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담아 작품을 만들었어요.
아빠의 나이에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아빠가 겪었을 고민과 책임을 떠올리게 된다고 하셨어요. 지금 작가님 나이의 아빠는 어떤 고민과 책임을 갖고 계셨을 것 같으세요?
가장으로서의 짊어진 책임감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을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는 첫 번째 집이 반지하 단칸방인데 그곳에서 네 식구가 살았어요. 당시에 아빠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서울로 올라와 가정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의 무게를 현실적으로 겪으셨을 텐데, 지금의 저랑은 고민의 결이 달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 작가께서 하는 고민과 당시 아빠가 했을 고민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거의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른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실감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아빠는 이런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요. 저는 아빠가 언제 회사를 다니셨고, 이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등 눈에 볼 수 있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지 그 과정 속에서 아빠가 겪었을 고민의 깊이는 알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아빠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저로서 아빠의 대답이 많이 궁금하죠.

작가께서 곁을 일찍 떠난 아빠가 밉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점에서 아빠와 같은 아빠가 되고 싶으셨나요?
아빠는 사람도 좋아하시고 농담도 잘 하시는 긍정적인 분이셨어요.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닮을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하는 행동들이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보았던 아빠의 모습을 배운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빠와 닮아있는 제 모습이 좋아서 우리 아빠와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한 번만 더 아빠랑 아들로 만나자.'라는 말이 가장 뭉클했는데요, 만약에 아빠를 다시 만난다면 어떤 말을 가장 하고 싶으세요?
제가 지금 이 상태에서 아빠를 만난다면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저 아빠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거든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꾸준히 독립출판을 할 의사를 밝히셨어요. 혹시 다음 작품은 어떻게 구상 중이신가요?
지금 작업 중인 작품은 소설인데요. 제가 첫 독립출판을 하면서 세웠던 목표가 27살을 시작으로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자'였어요. 목표대로라면 준비 중인 소설이 마무리되어서 올해 나와야 하는데,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책의 질을 낮추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조금 더 다듬고 신경 써서 출판할 예정이에요.
인터뷰 말미에 두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첫 번째 질문은 키워드 질문으로 제가 키워드를 드리면 연상되는 것을 짧게 혹은 단답형으로 답해주셔도 됩니다.
14
좋아하는 숫자, 행복했던 시간이자 극복하기보다는 안고 왔던 시간.
47
궁금해요. 그 나이에 어떤 고민을 할지 궁금해요.
나무
포근해요.
영화
또 다른 이야기.
아빠
가장 좋은 친구였고 닮고 싶은 존재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단정 지을 수 없죠.
두 번째 질문은 릴레이 질문으로 이전 인터뷰를 해 주신 [나의 방] 김수경 작가가 남긴 질문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머니 이야기하는 부분을 마음에 담고 있어요. [아빠와 나]라는 주제 속에서 자칫 놓칠 수 있지만, 모든 이야기를 지탱해 주는 건 어머니거든요. 어쩌면 [아빠와 나]를 지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건 어머니의 고단함과 책임감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다음 인터뷰 예정된 작가께 질문 한 마디 남겨주시면 됩니다.
쓴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들 많이 바쁘시잖아요. 모두가 할 일이 많으시고 생각할 것들이 많을 텐데, 그 와중에 자신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고민이 생기면 친한 선배나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을 아빠도 분명히 했을 텐데 한 번도 아빠에게 말해 본 적이 없다.
가장 가깝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나] 김용호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많은 분들이 아빠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셨으면 좋겠다.
아빠의 20대는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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