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종료 선언…대우건설 "일방적 결정 수용 불가"

K-Biz. / 최연돈 기자 / 2026-10-29 16:19:58
대우건설 "공사비 삭감안 제출에도 협상 종료"…계약조건 변경·검토 기간 부족 지적
한수원 "15개월 협상에도 합의 실패"…2027년 7월 신규 시공사 선정 목표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이 사전 협의 없이 자료 배포"…재입찰 참여 방침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대우건설 간 갈등이 시공계약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 한수원은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협상을 종료했지만, 대우건설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한다고 29일 밝혔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삭감안을 제출했음에도 협상이 중단됐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수원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15개월 동안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를 진행했으나 시공비와 계약방식, 업무 범위 등 주요 조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이날 시공 컨소시엄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한수원의 협상 종료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재협상을 요청했다.

 

대우건설 측은 2018년 체코 신규 원전사업의 시공협력사로 선정된 이후 현지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 구축, 지역사회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사업을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한수원과 체코 발주사 간 본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주설비공사 하도급계약 협상을 이어왔다.

 

대우건설 측은 협상 과정에서 2024년 1월 한수원에 제출했던 공사 단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협상 마감일인 29일에도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계약금액을 삭감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협상 종료가 발표됐다는 주장이다.

 

주요 쟁점은 계약조건 변경에 따른 검토 기간과 설계 변경으로 발생하는 추가 공사비 부담이다.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지난 7일 변경된 하도급계약 조건을 제시하면서 충분한 검토 시간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12월 31일까지 협상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정식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사업에 한국형 원전 APR1000이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만큼 공사비와 공사 기간, 공사 범위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설계에 관여하지 않는 시공사가 설계 변경으로 늘어나는 공사 물량을 계약금액 조정 없이 높은 비율로 부담하는 것은 국제적인 계약 관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한수원이 제시한 변경 조건에 대해 "민간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의 리스크가 내포돼 있었기 때문에, 시공 컨소시엄으로서는 더욱 세밀한 검토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청사가 추가적인 협상 기한의 연장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발표한 것에 대해, 저희 시공 컨소시엄은 유감을 표하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경된 계약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후속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반면 한수원은 공사비 총액을 확정하는 계약방식이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사업에서도 적용됐다고 반박했다. 공사비 조정 요구 역시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친 것으로, 시공사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위험을 일방적으로 전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협상 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는 체코 정부 및 발주사와의 신뢰 유지와 공정 지연 우려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체코 측에 이달 말까지 시공계약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기존 시공사와 체결한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준비할 계획이다. 2027년 7월까지 신규 시공사를 선정하고 2028년 1월로 예정된 원전 부지정지 일정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시공사 선정 전 업무 공백에 대비해 필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우건설이 배포한 시공 컨소시엄 명의의 입장문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시공계약 협상 관련 컨소시엄 명의의 보도자료는 시공 주간사인 대우건설 측이 사전 협의 없이 배포한 자료"라며 "해당 자료에 담긴 내용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코 신규 원전 시공계약 조건에 관한 협상은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주간사인 대우건설이 진행해 왔다"며 "두산에너빌리티는 비주간사로서 주간사 지원을 하며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이 기존 컨소시엄 참여사에도 재입찰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신규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번 시공계약 협상과 별개로 지난해 12월 체결한 원자로 등 주기기 공급계약은 정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은 현지에 1000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두코바니 5·6호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약 4220억코루나(약 26조원) 규모로, 2029년 11월 건설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주계약을 체결한 이후 한국전력기술과 종합설계용역, 두산에너빌리티와 원자로설비 및 터빈발전기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전원자력연료와의 원전연료 공급계약, 한전KPS와의 시운전·정비용역 계약은 2027년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 발주사, 협력사와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주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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