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KB증권 대표 주의적 경고, 운용 담당 임직원 중징계
미래에셋증권 등 나머지 증권사도 순차적 제재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채권 돌려막기'를 한 KB증권과 하나증권이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 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이홍구 KB증권 대표도 징계 대상에 포함돼 향후 추가적인 경영진 제재도 따를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 등 나머지 7개 증권사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제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자전거래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게 전가한 혐의로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한 기관 제재와 임원·담당자 제재 조치안을 의결하고 두 증권사에 일부 영업정지 제재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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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본사(왼쪽)와 하나증권 본사 전경/사진=각사 제공 |
영업정지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다섯 단계로 나뉘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아울러 양사 운용 담당 임직원에는 중징계가, 이홍구 KB증권 대표를 포함한 감독자에 대해서는 경징계인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징계 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거쳐서 최종 확정된다.
자전거래는 증권회사가 같은 주식을 동일 가격으로 동일 수량의 매도·매수 주문을 내어 매매거래를 체결시키는 방법으로 거래량 급변동 등으로 인해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증권거래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두 증권사는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자전거래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게 전가했다. 통상적으로 채권형 랩·신탁 상품은 3~6개월 단기 여유자금을 굴리기 위해 법인고객이 주로 가입한다.
투자금을 원활히 환매하기 위해 단기유동성 상품을 자산으로 편입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가 고객에게 일정 수익률을 약속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만기 1~3년짜리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집중 편입하는 등 '만기 미스매칭 방식'으로 유동성이 낮은 CP 상품을 대거 편입했다.
이 같은 채권 돌려막기는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해 증권사들이 환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문제로 떠올라 당시 이홍구 대표는 WM(고객자산관리) 총괄본부장으로 리테일 채권, 펀드, Wrap(랩어카운트), ELS(주가연계증권) 부문을 감독했다. 하나증권은 강민선 WM그룹장이 WM부문을 총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KB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9개 증권사가 채권형 랩·신탁 상품 돌려막기로 고객 손실을 보전한 의혹이 제기돼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일부 기관과 기업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신규 고객의 자금을 돌려막기 하거나 회사 고유 자금으로 일부 손실을 보전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의 이번 제재는 다른 7곳의 증권사 CEO에 대한 징계 수위·유무를 결정할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감원은 이번 제재 조치를 기준 삼아 나머지 7개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징계수위는 금융위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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