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이준석, 권영국 대통령 후보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 칼럼 |
자산총액은 1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30.8%나 뛰었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실적은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고용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4대 그룹의 직원 수는 2022년 74만5천여 명에서 2024년 74만6천여 명으로, 고작 795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익은 늘어나도 사람은 뽑지 않는다. 기업이 시장에서는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고용에는 극도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이 자료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함의를 담고 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은 이제 수치상 명확한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기업들이 성장해도, 그 과실은 국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특히 청년·중장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 이는 사회 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뇌관이다. 문제는 정치권도 이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2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후보들은 앞다퉈 경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 반도체 전략, 전기차 생태계 구축 등 거창한 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화려한 공약들 사이에서 ‘고용’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임에도 말이다.
지금 한국은 고용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로 인해 전체 노동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청년층은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안정된 일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익을 늘리면서도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면, 그 성장의 의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업은 “효율화”를 이유로 고용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자동화, 인공지능,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사상 최대의 배당을 실시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투자계획도 발표한다. 이익의 재분배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고용이라는 사회적 책무에는 소극적이다.
이제 정치권이 나설 때다. 대선 공약에는 반드시 대기업의 고용 확대를 유도할 실질적인 정책 방향이 포함되어야 한다.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받는 대신, 일정 수준의 신규 채용 또는 청년 인턴·전환 고용 의무를 포함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고용 창출 없는 투자 유치는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은 약화시킬 뿐이다. 물론 강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신뢰 회복이다. 정부는 기업의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을 줄이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 역시 “공공의 일자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는 단지 정치 지도자를 뽑는 절차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그 ‘성장의 방식’을 선택하는 기회다. 정치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기업이 침묵한 채 수익에만 몰두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는 더욱 심각한 고용 양극화, 세대 불균형, 소비 침체라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이제 국민이 묻고, 정치가 답하고, 기업이 행동할 시간이다. 이익만 공유하지 말고, 기회도 공유하라. 고용이 없는 성장에 미래는 없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