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세 살면서] ‘바람과 해’의 지혜로 관세 전쟁 넘자

인물·칼럼 / 최성호 기자 / 2025-04-16 09:15:28
미국 관세 압박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대응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도널드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자료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강한 바람은 외투를 벗기지 못했다. 하지만 따뜻한 햇살은 외투를 스스로 벗게 만들었다.” 이솝우화 ‘해와 바람’의 교훈은 오늘날 국제통상 질서 속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과 함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및 내국민 우선 구매 정책은 한국 산업계에 거대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글로벌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 생산 확대나 기술이전, 조세 감면 협상 등을 진행 중이지만, 이것이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은 비용을 감수하고, 정부는 양자 협상을 추진하지만, 근본적 해법은 아직도 미완이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단기적으로는 기민한 외교 협상과 WTO 및 FTA 규범에 입각한 다자주의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무조건적인 양보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한 기술 주권과 시장 접근성 확보를 위한 균형 있는 협상이 중요하다. 

 

강하게 맞서는 ‘바람의 전략’은 오히려 상대의 반발을 키운다. 우리의 이익을 지키되, 상대가 스스로 외투를 벗도록 하는 '해의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외투를 벗게 하는 전략적 설득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과의 안보 동맹뿐 아니라 배터리·AI·반도체 등 미래 기술 생태계에서 핵심 파트너다. 이 점을 부각시켜 “미국 산업 경쟁력의 필수 파트너가 한국”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공급망 동맹(Chip4, IPEF 등) 내 협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 기술과 인력을 잃게 되는 미국 지방의 현실을 보여주며 현지 설득도 병행해야 한다.

둘째, 민관 협력을 통한 유연한 공급망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 대기업은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글로벌 생산 다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멕시코, 동유럽, 동남아 등 제3국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해 ‘우회 수출 전략’을 병행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전략적 이전에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병행해, 기업의 발 빠른 대응을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WTO 및 FTA 조항 활용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미국이 내세우는 '국가 안보' 조항은 WTO 협정상 예외이긴 하나, 남용 시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 일본 등과 공동 보조를 취해 미국의 무역 정책에 국제 규범의 원칙을 상기시켜야 한다. 다자 압박을 통해 ‘외투를 스스로 벗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넷째, ‘내실화’는 장기 대응의 핵심이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기업은 기술 독립과 원천 기술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부품과 소재를 해외에 의존한 공급 구조는 언제든지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R&D 투자와 인력 양성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무역 충격 내성’을 키워야 한다.
 

이솝우화 속 ‘바람과 해’는 힘과 온기의 대조를 통해 지혜로운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오늘날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해 우리는 감정적 대응보다 전략적 설득, 정면 충돌보다 유연한 구조 개선으로 대응해야 한다.

외투를 억지로 벗기려 하지 말고, 따뜻한 해처럼 상대가 스스로 벗게 만드는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와 산업 전략의 핵심일 것이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이덕형 칼럼] 위기 속에서 기회를 읽는 사람, 이재용 회장2025.04.08
    [이덕형 칼럼] 천천히 걷되, 멀리 본다, 정기선 부회장이 꿈꾸는 산업의 내일2025.04.09
    [이덕형 칼럼]“한부모가정만 가족인가, 부모를 모신 대가 빈곤”2025.04.10
    [칼럼 월세 살면서]잃어버린 희망, 그리고 다시 세워야 할 울타리 '대통령 선거'2025.04.11
    [칼럼 월세 살며서] 겨울은 반드시 온다, ‘개미와 베짱이’이야기2025.04.13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