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한부모가정만 가족인가, 부모를 모신 대가 빈곤”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4-10 10:03:56
▲고령화의 그늘/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 칼럼
중국 고사 중 ‘봉양부모(奉養父母)’의 미덕을 강조한 ‘논어’의 한 구절이 있다. “색난(色難)”, 곧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부모를 잘 모시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공자는 단순한 봉양보다 진심 어린 효도를 더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이라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작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이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정부는 한부모가정에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저소득 한부모가정에게는 양육비 지원, 주거 지원, 교육비 보조 등이 주어진다.

가족 해체와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위기 속에서 아이를 홀로 키우는 부모를 돕자는 취지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문제는 ‘가족의 의미’가 너무 협소하게 정의되어 있다는 데 있다.

서울의 한 골목. 90세가 넘은 노모를 모시고 사는 60대 남성 A씨는 말한다. “자식 둘 다 떠났고, 지금은 어머니와 단둘이 삽니다.

은퇴 후 수입도 없고, 어머니 기저귀값만 해도 한 달에 수십만 원이 나갑니다.” 그는 한부모가정도 아니고, 장애인 가정도 아니며,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저 노모를 끝까지 모시겠다는 효심 하나로 버텨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제도는 A씨를 돕지 않는다. 그가 모시는 어머니는 ‘부양가족’으로는 인정되지만, 정작 복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가족’으로 존중받지만, 부모를 모시는 자식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왜 ‘한부모가정’이라는 틀에만 복지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가.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모습은 다양해지고 있다. 자녀를 홀로 키우는 가정만큼이나,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도 힘들고 고통스럽다.

특히 55세 이상의 은퇴자 중에 80세 이상의 고령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노노(老老)케어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다.

정부에게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 부모를 끝까지 책임지고 모시는 사람을 외면하는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가? 자녀에게 버림받고 요양병원에 맡겨진 노인이 늘어가는 시대에, 가족 간 부양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한부모가정만 가족이 아니다. 자녀가 없더라도, 배우자가 없어도, 오직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은퇴자 역시 ‘가족’이다.

이들 또한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할 구성원이다. 복지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할 때다. 효(孝)가 존중받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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