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미국증시, 트럼프-파월 관세전쟁 엇박자에 나스닥-다우-S&P 상승 반전 어려워

기획·연재 / 김완묵 기자 / 2025-04-17 05:59:27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엔비디아와 파월이라는 원투 펀치에 또다시 넉다운
파월 의장은 이른바 '연준 풋'을 기다리던 시장의 기대 심리를 다시 꺾어
▲미국 뉴욕증시는 16일(현지시간) 또다시 급락세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모습/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며 마감했다. 미국 정부의 엔비디아 칩 대중 수출 규제 조치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에 또 한번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게다가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도 당분간 통화정책을 바꿀 의향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증시에 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99.57포인트(1.73%) 떨어진 39,669.39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20.93포인트(2.24%) 내린 5,275.70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16.01포인트(3.07%) 급락한 16,307.16을 나타내며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보다 164.73포인트(4.10%) 급락한 3,857.17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주요 종목으로는 애플이 3.8% 하락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3.6%, 엔비디아 6.8%, 아마존닷컴 2.9%, 메타 3.6%, 구글의 알파벳 1.9%, 브로드컴 2.4%, 테슬라 4.9%, 넷플릭스 1.5%, 팔란티어 5.7%, AMD 7.3%, ARM이 2.7%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지시간 오후 3시 59분 현재 10년물이 전날보다 0.042%포인트(4.2bp) 하락한 4.281%를 가리키고 2년물이 전날보다 0.050%포인트(5.0bp) 내린 3.778%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앞서 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97.40포인트(0.49%) 밀린 40,171.56을 기록하고 있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0.67포인트(1.12%) 내린 5,335.96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317.31포인트(1.89%) 떨어진 16,505.86을 나타내고 있었다.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엔비디아와 파월이라는 원투 펀치에 또다시 넉다운 당했다.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H20 칩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 새로운 수출 허가 요건을 적용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AMD의 AI 칩 MI308을 비롯해 이에 상응하는 다른 칩들도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고 상무부는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달러(약 7조8천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을 재산정해야 하는 만큼 주가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산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규제해 왔다. 엔비디아는 규제를 피하고자 H100 칩에서 성능을 낮춘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마저 제한하면서 엔비디아는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소식에 엔비디아는 장중 낙폭을 10.47%까지 확대한 뒤 -6.87%에 거래를 마쳤다.

 

파월 의장은 이른바 '연준 풋'을 기다리던 시장의 기대 심리를 다시 꺾어버렸다. 파월은 이날 공개 발언에서 예상보다 높은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위험이 크다며 연준의 이중책무가 충돌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준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정시키고 일회성 물가 인상이 인플레이션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obligations)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며 거리를 뒀다. 파월은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시장이 상황을 해석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시장은 많은 불확실성과 씨름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 변동성은 관세 불확실성을 자산 가격에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만큼 연준이 지금 개입할 단계는 아니라는 신호다. 이 같은 발언에 2%대 하락세를 보이던 나스닥 지수는 장 중 낙폭을 4.5%까지 벌리기도 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분석가는 투자 노트에서 "파월의 이날 발언은 지난 4일 연설과 비교해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다"며 "우리에겐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연준 풋'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의 재커리 힐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은 "S&P500 지수는 과거보다 기술주 비중이 훨씬 더 커졌다"며 "기술주는 우리가 보듯 상승과 하락 모두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 미국과 무역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협상 개시에 필요한 조건도 함께 제시했다. 미국이 중국을 존중하고 양국 회담에서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는 협상 담당자를 미국 측이 임명하는 한편 대만과 관련된 중국의 국가 안보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특히 협상 담당자를 임명하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른바 '굿 캅·배드 캅' 전략 아래 무역팀이 상반된 의견을 내도록 장려하고 있다. 협상 담당자를 한 명으로 통일한다면 해당 인사가 말을 뒤집을 경우 신뢰 문제로 협상이 어그러질 수 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기술은 3.94% 폭락했고 임의소비재와 통신서비스도 2% 넘게 떨어졌다. ASML은 1분기 수주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7% 넘게 급락했다. AMD 또한 일부 제품이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미국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면서 7% 넘게 밀렸다.

 

미국의 3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뚜렷하게 반등하며 소비 회복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의식해 자동차 구매가 큰 폭으로 늘어난 탓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의견도 많았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1.4% 증가한 7천349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의 증가율 0.2%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결과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 판매는 전월 대비 5.3%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8.8% 급증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미국 부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피어스는 "3월 소매 판매의 강한 반등은 자동차 판매 급증과 관세 부과에 앞서 소비지출이 선제적으로 이뤄진 데 기인한다"고 했다. 베스 해맥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정책금리를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27.3%를 유지했다. 전날 마감 무렵과 거의 같았다. 50bp 인하 확률도 파월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11.2%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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