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생 사탕>은 석영 작가의 단편 소설이다.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그것 또한 순탄치 않았던 주인공. 그는 어느 날 '인생 사탕'을 만나게 된다.
달콤함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던 그의 삶에서 처음으로 펼쳐지는 달콤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가 '인생 사탕'을 통해 펼쳐진다.
석영 작가의 단편 소설 <인생 사탕>은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 대한 위로와 달콤한 꿈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저자 소개
저자: 석영
노래를 부르고, 책을 만듭니다.
노래하고픈 걸 글로 적어보거나 글로 적은 걸 노래하며 지냅니다.
보사노바 밴드 Ola!의 <여름>을 노래했고 <취향을 찾아서>, <고양이가 되고 싶어>, <인생 사탕>을 썼습니다.
자리 '석'에 비칠 '영'으로 저의 자리가 빛이 나길 바라며 만들어주신 이름입니다만, 저 하나보다는 주변을,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리를 비추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목차
총 124페이지
본문
"학생, 학생! 일어나!"
그는 큰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졸았구나. 여기는 어디지?'
버스 기사의 재촉에 그는 서둘러 내렸고, 그가 내리자마자 버스는 급한 일이 있는 듯 빠르게 사라졌갔다.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번도 들른 적 없는 곳이었다. 가로등 말고는 산밖에 보이지 않는 시골이었다. 정류장 벽면에 붙은 노선을 살펴보니, 그가 내린 곳은 차고지로 가기 전 마지막 정류장이었다.
버스가 지나가고 몇 분이 지났을까. 서서히 정신이 든 그는 본인이 타고 왔던 버스가 막차임을 깨달았다. 새벽 2시. 첫차는 3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날이 따뜻했다면 어떻게든 버텼겠지만, 이곳은 맥줏집 근처보다 훨씬 추웠고 눈도 더 많이 쌓여있었다.
"택시를 불러야겠네."
그는 안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 콜택시를 불렀다. 예상 도착 시간은 30분 뒤. 그는 밖에서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고, 잠시 몸을 녹일 곳이 없는지 살폈다. 100m 즈음 떨어진 곳에 불이 들어와 있는 작은 상가가 보였다. 집인지 상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가만히 있었다간 꽝꽝 얼어버릴 것 같아 허탕을 치더라도 다녀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터벅 걸음으로 빛을 향해 다가가자 점점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분홍색 네온사인, 'LIFE CANDY'라는 간판이었다. 작은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도시적인 느낌. 연남동에 있는 유명한 카페들처럼 세련된 모습이었다. 그는 아이러니한 나머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생각하며 볼을 꼬집었다.
"꿈이 아니네."
그가 볼을 꼬집는 동안, 바람은 점점 거세져 가고 있었다. 그쳐가던 눈도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며 그를 밀어냈다. 눈바람을 이길 자신이 없었던 그는 조금은 수상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온화한 조명과 짙은 갈색의 벽과 바닥.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아늑함에 기분이 좋아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람은 커녕 교탁과 비슷한 크기의 카운터 하나밖에 없던 것이다. 그밖에는 다른 것이 없이 휑했다. 구조 또한 한눈에 들어왔는데, 일반적인 원룸으로 보였다. 카운터 너머 벽면에는 밖에 걸린 것과 같은 'LIFE CANDY'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나무 벽을 조각칼로 정교하게 긁어 만들어 놓은 것처럼 아름다웠다. 눈으로 보기에는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 없어 보였지만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람을 불러보았다.
"계시나요?"
.
.
.
역시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가게를 비운 것일까. 근처에 무언가를 가지러 갔을 수도 있겠다. 요즘 세상에 가게를 텅 비우고 나가는 것도 이상했지만, 딱히 건드리거나 가져갈 만한 게 없어 보였고, 주변에는 온통 논과 산밖에 없는 시골 마을이라 그런 염려가 비교적 적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다시 문을 열어 밖을 보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눈발의 세기가 느껴졌다. 택시가 오기까지 앞으로 15분. 딱 10분만 있다가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오해를 살만한 것도 없을 테니.'
만약에 주인이 돌아와 화를 내거든, 무엇이라도 사면 그만이었다. 해결점을 찾아 안심한 그는 천천히 벽을 따라 걸었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문고리나 진열대 따위는 없었다. 슈퍼였다면 해장 음료라도 한 잔 사 마시며 느긋이 쉴 수 있었겠지만, 그가 있는 곳은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앉을만한 자리조차 없었다. 그는 교탁을 닮은 카운터에 등을 비스듬히 기댔다.
"이제 슬슬 택시를 타러 나가야 하나."
그가 혼잣말하며 시계를 확인하던 그때. 등 뒤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위--잉
"아, 깜짝이야!"
그는 갑작스러운 진동에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교탁처럼 보이던 카운터에서 빛이 새어 나왔고 내부의 조명이 점점 어두워졌다. 빛은 카운터 너머에 있는 벽 한가운데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 'LIFE CANDY'를 향했고, 글자를 기준으로 벽이 반으로 나누어졌다. 좌우로 벌어진 벽 사이로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입을 막으며 뒷걸음질쳤다. 연기는 금세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조명은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그의 정면, 벌어진 벽 사이에는 분홍색 자판기 하나가 보였다. 자판기에는 큰 글씨로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답답하시죠?
인생 사탕으로 당신의 인생을 점쳐보세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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