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만난, 내일도 만날 우리들의 이야기

사회 / 오도현 / 2019-10-21 17:45:36
<저크 오프> 저자 오종길



책 소개


[저크 오프]는 오종길 작가의 소설집이다.


책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은 모두 퀴어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퀴어라는 단어가 말 그대로 퀴어한, 우리네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편견을 가진 퀴어를 향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여섯 편의 소설 속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은 조금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오종길 작가의 퀴어 소설 [저크 오프]는 독자들에게 퀴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다가갈 것이다.


[출처: 오혜]

저자 소개


저자: 오종길


보통의 삶을 사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길 바라던 시절이 있었고, 내가 쓰는 것과 같은 향수를 쓰게 된 사랑의 아픔은 하얼빈에서 온 이모의 슬픈 국물 한 숟갈로 위로를 받았다. 매일 아침 속옷을 고르며, 청순한 맛의 우주적인 기운과 죽어가는 도시에서 맛본 끈적한 탕수육 소스의 맛을 여태 기억하고 있다.


봄눈을 기다리며 여전히 굴러가는 내가 향하는 곳은, 뜨겁고 진실했던 순간을 잊지 않는 어느 곳이다.


목차


회색 맨투맨을 입은 젊음 7


저크 오프 43


오이의 일생 79


당신이라는 계절의 문법은 현재완료진행형 113


젖꼭지의 농도를 기억해 183


내 삶을 구하지 못한 형에게 207


나가며 237


본문


소년은 자신이 먹는 밥과 반찬도 본인의 정액을 먹고 자랐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을까. 글쎄, 나는 그 시절의 기억이 많지는 않아서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겠어.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맛있게 먹은 기억만 남아 있어. 어린 나이였는데 반찬 투정 없이 주어지는 밥상에도 만족할 줄 아는 소년이었나 봐.


bohemian rhapsody


나는 불쌍한 소년이지만, 가엾은 소년 중 하나일 뿐이므로 파도가 밀려왔다 물러나며 얼마큼씩이나 모래로 스미는지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지구가 도는 것이 자전인지 공전인지, 또 지구가 시계와 같은 방향으로 도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지구가 기울어 있는 각도 같은 건 궁금해해본 적도 없다. 마찬가지로, 태양이나 달이 지구와 얼마나 가깝고 멀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역시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나는 불쌍한 소년에 불과하니까.


하루는 군중을 향해 불쌍한 소년에게 필요한 것이 무언지 아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 저크 오프, 54페이지 중에서 -


그러나 당신이 풀빵을 2,000원어치 사면 풀빵 장수 아들은 꼭 하나를 더 얹어 11개를 담아주었고, 당신은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 다른 사람들이 2,000원어치 풀빵을 사가는 모습을 아무리 보아도 풀빵 장수 아들은 정확하게 10개의 풀빵을 담아 건넨다. 오직 당신이 풀빵을 살 때만 어김없이 11개를 담아 준다. 당신은 그런 풀빵 장수 아들을 사랑하고 있기에 바라보던 광경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오늘은 풀빵을 사지 않은 당신이 젊은 아낙과 풀빵 장수 아들에게 느낀 사랑을 나는 모르지 않지만, 알지도 못한다. 나는 당신이 느끼는 사랑과 슬픔을 이해하고 싶어도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여전히 소년이던 당신의 모습뿐이다.


당신이 노란 바구니를 들고 비포장도로를 걸어 도착한 4층에서 만난 사랑과 슬픔. 가을날의 소년을 되짚어본다.


- 당신이라는 계절의 문법은 현재완료진행형, 146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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