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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남사옥 모습/사진=삼성그룹/이덕형 칼럼 |
그런 삼성의 핵심 경영자,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이 아직도 제도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사실은 시장 전체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의 최대 경영자로서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율은 1.65%에 불과하다.
그는 삼성물산을 경유해 삼성전자 지배권을 간접 행사하고 있고, 이마저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금융계열사 지분 보유로 얽혀 있다.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지나치게 불투명하다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또 글로벌 투자자나 기관투자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즉, 책임은 명확하지 않고, 지배권은 간접적이라는 구조가 삼성을 묶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 계류된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악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시가 기준으로 평가해 3%를 초과한 약 19조원어치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로서 기능하는 핵심 고리를 끊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재용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연결 통로가 불확실해지는 것이다.
이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자칫 삼성의 투자, 배당, 전략 수립 등 모든 부문에서 결정 지연과 경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기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등 복잡한 구조를 정비하는 ‘사전 포석’ 성격의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분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라, 그룹의 거버넌스를 명확히 하고 실질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키려는 조정 과정으로 해석된다.
한국 재계가 지난 수십 년간 겪어온 고질적 문제, 즉 ‘오너는 책임지지 않고 실세로 군림한다’는 비판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경영의 실권자에게 명확한 지배구조를 부여하고 책임을 함께 지우는 구조가 필요하다.
AI,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삼성이 이끄는 산업은 모두 수십조 원을 투자해야 하고, 10년 이상의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분야다. 이러한 분야에서 리더십의 연속성과 전략의 일관성은 곧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지금은 이재용 회장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지배구조적 토대를 마련해야 할 시기다.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 오히려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일이며, 명확한 지배권을 가진 경영자가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업윤리이자 시장원칙에 부합한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는 특혜가 아니다. 오히려 책임과 리스크를 분명히 지우기 위한 시스템 설계의 일부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을 정당한 절차와 구조 위에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신뢰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복잡한 순환지분 구조와 얽힌 금융계열사의 고리를 정리하고, 실질적 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배구조 투명성과 지속가능 경영의 첫걸음이자, 한국 경제를 위한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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