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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사진=연합뉴스/이덕형 칼럼 |
연약한 땅 위에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를 올려 세우겠다는 이 계획은, 그 구조적 허약성부터 정치적 편의주의까지 이미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전례 없는 난공사로 평가된다.
해저 매립을 통해 부지를 조성하고, 연약지반 위에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을 짓는 이 사업은 최소 13조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현장에선 이미 “불가능한 일정”이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정부가 정한 2029년 개항 목표를 향해 7년 공사를 밀어붙이려 했지만, 시공 예정이었던 현대건설은 “최소 9년은 걸린다”며 물러섰다. 결국 수의계약은 무산됐고, 국토부는 부랴부랴 재입찰로 방향을 틀었다. 시간과 비용, 둘 다 틀어졌다.
여기에 태풍과 해일, 지반침하 위험이 상존한다. 가덕도는 태풍 경로에 자주 놓이는 해안이며, 일본 간사이공항의 사례처럼 극심한 풍랑과 해수 범람에 취약한 조건이다. 기술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양 매립지의 한계는 명확하다.
활주로 침수, 부등침하, 기초시설의 균열은 단지 가능성이 아닌 현실적인 리스크다. 국토교통부조차 “정밀한 방재 설계가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치적 의도에 휘둘린 결정이었다. 국책연구기관은 김해공항 확장이 경제성·환경성·공항 운영 효율 면에서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부산 민심을 의식해 이를 뒤엎고 가덕도 카드를 꺼냈다. 선거를 앞두고 민심 달래기용으로 급조된 국책사업이, 수조 원의 예산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가덕도 인근 부지를 보유한 전직 시장 일가의 이해충돌 논란까지 겹치면서, 도덕성과 정책 판단 모두에서 의문 부호가 붙었다. 탈무드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다. 뿌리 없는 결정은 쉽게 흔들리고, 부실한 설계는 언젠가 붕괴된다.
가덕도 신공항은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단지 공항을 짓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 수십 년 세금, 그리고 국가 정책의 신뢰가 걸려 있는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기초가 약한 집은 언젠가 무너진다"는 말이 더 늦기 전에, 경고가 아닌 교훈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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