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에방훈련/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 칼럼 |
한국은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현장에 동시에 투입돼 형사책임부터 따지는 구조다. '누가 잘못했는가'를 밝히는 수사가 첫 단계로 작동한다.
대형 사고의 경우는 수사와 동시에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관련자 입건 여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아직 사고 원인이 모두 밝혀지기도 전인데 말이다.
반면, 미국은 사고 발생 시 연방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가장 먼저 움직인다. 기업을 압박하거나 수사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원인과 안전 시스템의 결함부터 분석한다. 물론 고의적 은폐나 반복 위반이 있으면 형사처벌도 배제하지 않지만, 기본 방향은 '예방 중심'이다.
이 차이가 기업 현장에 주는 메시지는 크다. 한국의 기업은 사고가 나면 즉시 수사 대응 모드로 전환된다. 안전관리자와 원청 책임자는 조사를 받을 각오부터 해야 한다.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데 쓰일 자원과 시간은 방어 논리로 대체된다. 사고는 줄지 않고, 현장의 불안감은 더 커진다.
물론 산업재해에 대한 엄중한 책임 규명은 필요하다. 그러나 책임 규명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되고, 수단이어야 한다. 사고를 줄이고 재발을 막는 구조적 접근 없이 ‘형사처벌’을 남용하면, 그것은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격이 된다.
산업재해는 결국 현장의 문제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현장을 위축시키는 방식이 아닌, 현장을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산업재해 대응의 패러다임을 '교각살우'에서 '방비어미(防微杜漸, 사소한 잘못도 막아 큰 화를 예방한다)'로 바꿔야 할 때다.
경찰의 마구잡이식으로 수사를 통해 형사처벌만 강요한다면,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경영자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정부의 세입도 근로자의 수입도 모두 기업의 ‘이윤’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기업이 성장해야 나라가 크고, 국민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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