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업재해 '형사처벌'부터, 미국은 '예방 우선'주의

건설·교통 / 최성호 기자 / 2025-04-25 10:32:41
미국 선진국인 이유 산업재해 대응 방식 차이 달라
사고이후 재발 방지대책와 보상 통해 피해자 구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지난 15일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한국은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 수사가 즉시 개시되는 ‘형사책임 중심’ 구조인 반면, 미국은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중심의 '행정처분 우선'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고 초기부터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는 한국식 수사 관행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탈 한국을 선언하기도 한다.


25일 경찰과 노동부가 '신안산선 붕괴사고' 관련 포스코이앤씨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만큼 경찰력을 동원해 사고의 이유와 원인을 따져 관련자를 찾아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처럼, 국내 산업재해는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동시 투입돼 수사와 행정조사가 동시에 이뤄진다.

경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관리책임자 과실 유무를 조사해 형사입건 여부를 결정한다. 대형 사고의 경우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과 미국 산업재해 처리방식 다르다


미국은 연방 산하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사고 직후 현장에 투입돼 사고 원인과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분석한다. 사망사고라도 고의성이나 반복 위반이 없으면 형사처벌 보다는 벌금 부과와 시정조치 등 행정적 제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복 위반, 고의적 은폐 등 악의적 사안일 경우에만 연방 검찰이 수사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사 방식의 차이가 기업의 안전관리 대응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한국은 모든 '산업재해'의 경우 무조건 형사처벌이 따르기 때문이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은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CEO들이 감옥에 가지 않는다. 한국 진출을 고려하는 미국 기업인들은 이 점을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우려 섞인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은 법적 책임 회피에 초점을 둔 ‘방어형 대응’이 강화되는 반면, 미국은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예방형 관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테슬라, 보잉 등 미국 제조업체들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겪은 바 있으나, 대부분 OSHA 조사와 과태료 부과로 마무리됐다. 이들 기업은 이후 안전 메뉴얼과 현장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은 사고가 나면 곧장 수사기관이 들어오기 때문에 변호인단을 꾸리고 조사 대응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는 현장 책임자들의 위축은 물론 사고 예방 시스템 자체에 대한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재해 대응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창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사고 원인과 시스템 결함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과 개선에 초점을 둔 접근이 필요하다”며 “산업현장의 안전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적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도 형사처벌 위주의 조사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자율적 개선 유도를 위한 행정지도의 확대와 공공 데이터 기반 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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