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M "급발진인가, 조작 실수인가", 도현이 손자 사망 소송 1심 선고

자동차·기계 / 최성호 기자 / 2025-05-13 08:47:31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모습/사진=강릉소방서 제공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손자 사망 사고를 둘러싼 '급발진' 의혹과 제조사 KG모빌리티(KGM·구 쌍용자동차)의 '운전자 과실' 주장 사이에서, 법원이 마침내 첫 판단을 내린다. 소비자 측의 승소 여부에 따라 국내 첫 '급발진 인정' 판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13일, 이도현(사망 당시 12세)군 가족이 KGM을 상대로 제기한 9억2천만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사고 발생 3년여 만이다.

문제의 사고는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했다. 도현이 할머니가 몰던 티볼리 에어 차량이 약 30초간 급발진한 끝에 사고를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도현 군이 숨졌다. 이후 도현이 가족은 KGM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을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물었다.

가족 측은 "할머니가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지만 차량이 급발진하며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강변했다. 반면 KGM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주장하며 사고 기록장치(EDR)와 국과수 분석을 근거로 들었다.

양측 공방은 2년 6개월간 치열하게 이어졌다. 법원 지정 감정인, 음향 분석, 실도로 재연 시험 등 전례 없는 과학적 감정 절차가 동원됐다. 그 결과 EDR 기록 신뢰성, AEB(자동 긴급 제동장치) 미작동,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 등에서 심각한 모순이 드러났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2024년 4월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법원 지정 감정인은 "EDR 기록이 사실이라면 사고 차량은 훨씬 더 가속했어야 한다"며 국과수 분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사고 당시 AEB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았다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도현이 가족은 "국과수는 소프트웨어 결함 분석 능력이 없는 기관이며, 기계적 추론만으로 소비자에게 과실을 전가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상훈 도현이 아버지는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며 "이번 판결이 급발진이라는 숨길 수 없는 진실을 드러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면, KGM은 사고 재연 실험 과정에서 "국과수 분석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며 제조사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또한 "AEB는 가속페달 60% 이상 밟으면 해제된다"고 주장했지만, 도현이 가족은 전문 감정 결과를 통해 당시 가속페달 변위량이 8% 미만이었다는 반박 자료를 제시했다.

이번 선고 결과는 단순한 손해배상 판결을 넘어, 대한민국 자동차 급발진 사고 소송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