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통한 인재 양성부터 차분하게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향한 발걸음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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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는 최근 반도체 전문 인력을 연간 400명 이상 배출할 수 있도록 '반도체 전문대학원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북대 본관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물은 생명이다'는 캠페인을 모 방송국에서 벌이고 있는데 언젠가 반도체가 생명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는 말로 대변되곤 했다. 각종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부품이라는 의미에서 그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AI(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존재가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서면서 이제는 '생활의 쌀'이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AI나 로봇을 만들고 운용하는 시스템에 반도체가 필수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반도체는 전자제품의 부품 정도에서 이제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시간이 더 흐르면 인간의 세포를 닮은 반도체가 등장해 더욱 정교해지고 섬세해져 생명과 같은 존재로 인식될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다.
그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육성 정도가 아니라 이 정부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반도체 산업을 국가의 핵심역량으로 확보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만시지탄이지만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 등 앞선 정부에서 왜 이런 중요한 정책을 옆에 두고도 지나쳤는지 너무 늦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력 양성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나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결국 한 산업의 육성은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산업의 육성이라 하면 기술이라든지 자금, 세제 혜택, 규제완화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런 물질적이고 보이는 것에 대한 지원은 오래가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산업에서의 견제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에서 눈을 부릅뜨고 살펴볼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런 외관상 노력에 그치는 지원은 한 정부가 끝나면 흐지부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교육 정책을 통한 인재 양성이라면 차원이 다르다. 다른 나라에서 시비를 걸 소지가 적고 상당한 시일을 두고도 정책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효과가 장기적이어서 눈앞에 가시적 결과가 잘 안 나타나는 점인데, 그래도 100년 앞을 두고 투자하는 심정으로 심혈을 기울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말이 나온 김에 반도체 산업 육성이 그동안 지나치게 생산과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 것에서도 탈피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 산업에서 가시적 성과가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나오는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가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투자방식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식하고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향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주요 부문인 소재-장비-부품은 물론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라 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차량용 반도체 나아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설계기술(팹리스)까지 고르게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에 교육부가 나서 반도체 인재 양성에 나선다면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으면 한다. 반도체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팹리스 저변 확대가 안 되면 우리는 백년 생산과 제조를 위한 하청업 수준에 그칠 수 있다.
반도체 설계와 개발까지 해본 인재가 다량으로 배출되면 다른 산업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커져 다른 부문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산업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정도가 기술의 한계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후 눈 부신 기술발전을 토대로 그 범위가 1나노 수준까지 양산이 가능한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이는 네덜란드 ASML과 같은 회사가 개발한 뛰어난 장비(EUV 등)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얼마나 많은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 등장했는가. 예전에는 반도체 회사라면 인텔을 비롯해 퀄컴, 삼성전자, 일본의 회사들 정도로만 인식되던 게 이제는 일본의 회사들은 퇴보를 한 대신 TSMC, 엔비디아, ARM, AMD, NXP, 인피니온 등 새로운 회사들이 글로벌 산업계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
그동안 굴지의 반도체 신생 기업들이 등장하고 성장하는 동안 우리 산업계는 지나치게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반도체 산업은 1나노 수준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영역에서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 살고 기업도 살 것이다.
교육 정책을 통한 인재 양성부터 차분하게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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