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부적응 질책하기보다는 따뜻한 인내-포용하는 자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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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급증/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사회가 복잡해지고 개인화하면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스스로 고립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청년층에서 사회생활을 포기한 채 개인생활을 즐기는 은둔형 외톨이가 느는가 하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자연스레 1~2인가구가 급증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고립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점점 더 편리해지고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지만 사회는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병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로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상실감은 하루에 담배 15개를 매일 피는 정도의 육체적 피해를 끼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관통하며 형성된 인간의 잠재적 본능이 발현되기 힘든 사회적 구조가 형성되면서 마음의 병도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의 잘못된 사고나 타고난 성격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이보다는 사회적 구조가 외톨이나 성격 장애로 인한 사회적 부적응을 하는 사람들을 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농경 사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단순 육체노동을 통해 협업을 하고 대가족 사회가 지배하는 관계로 성격 장애나 외톨이는 생겨나기가 힘든 구조였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되고 도시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인간은 육체보다는 정신과 지적능력을 활용한 협업을 하는 형태의 직업이 늘고 있다.
동시에 생산성도 높아져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적 기반을 이루기는 했지만, 이에 비례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외된 사람들도 같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건전한 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꼭 살펴봐야 할 이슈라고 본다.
또한 사건들이 다양하게 얽혀 있고 복잡한 원인을 갖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과의 협업은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성격장애를 겪으며 남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아예 사회생활를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느는 추세여서 반목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곧 사회적 행복지수를 갉아먹는 요인이 되는 것이어서 복지사회 구현과 함께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 본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타인과의 의미 있는 교류 없이 사실상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이 100명 중 5명에 달한다. 19∼34세 청년 가운데 고립 청년의 비율은 2021년 기준 5.0%에 달했다. 이 비율을 2021년 전체 청년 인구(1천77만6천 명)에 적용해보면 고립 청년의 수는 53만8천 명에 달한다. 직전 조사인 2019년엔 3.1%였다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청년층의 고립·은둔이 다른 세대보다 더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령별 고립 인구 비율은 35∼49세 5.4%, 50∼64세 6.6%, 65∼74세 8.3%, 75세 이상 10.5%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높다.
영국의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현대 정신분석학 교수로 재직 중인 피터 포나기에 따르면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회가 우리에게 점점 더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고 이는 성격장애 및 외톨이가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지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한다. 여기서 성격 장애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극단적인 성격이 발현돼 사회에 부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누군가 성격 장애가 있다는 것은 성격이 네 가지 영역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두 가지 영역(정체성, 자기방향성)은 자신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나머지 두 영역(공감능력, 친밀감)은 타인과의 관계에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즉 자존감에 문제가 있거나 감정 조절에 관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전자라면 후자는 타인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일이 많다.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 집단에 속해 있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 꼭 갖춰야 할 자질임에도 이들은 이런 능력이 부족해 고통을 겪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포나기 교수는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 왜(Why) 그러느냐고 질책하기보다는 무엇(What)을 하기를 원하는지 물어보라고 권한다. 즉 그런 생각이 왜 나왔느냐고 혀를 차기보다는 당신이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며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사고를 객관화하고 본인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 해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인내가 동반되고 노력이 수반되겠지만 서로 간 감정이 폭발해 해결책 없이 싸우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의 병법이 여기서도 통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상대가 생각하는 의중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소통이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따뜻한 인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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