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정거래위-검찰은 광동제약 등 중견 기업집단의 '편법적 부의 이전' 잘 살펴봐야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3-11-19 07:49:17
국민 감시망이 소홀한 틈을 이용해 불법적인 부의 이전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다수 나오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뒤늦게나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해석 나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리 중견기업들의 승계과정에서 편법적 부의 이전 등 불법 가능성에 대해 집중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0월 중순 무렵에는 '노스페이스' 등 해외 의류를 수입하는 중견그룹 영원무역의 그룹 내 부당 지원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한 9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광동제약과 오뚜기의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외에도 최근 중견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 모니터링 과정에서 다수의 부당 지원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조사는 제약·의류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시장 지배력이 큰 중견기업 집단들이 나타나고 이들 기업에서 국민 감시망이 소홀한 틈을 이용해 불법적인 부의 이전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다수 나오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뒤늦게나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연초 업무계획에서 대기업 집단에 비해 중견기업들이 내·외부 견제 장치가 부족해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을 하고 이들 집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 부의 이전, 독립·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잠식하는 부당 지원,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후 진행한 중견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 모니터링에서 광동제약, 오뚜기, 영원무역 등 다수 중견 기업집단의 부당 지원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업들은 의가 없다고 부인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의 보도가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여기서 중견 기업집단은 자산 5조원 이하의 기업집단으로, 5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에 비해 이사회 내 총수일가 비중이 높고 외부 견제도 느슨해 부당 지원을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이참에 국회 및 정부기관은 이들 기업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쓰는 한편, 국민 감시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시민단체 및 언론기관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기자 간담회에서 "중견 집단은 제약, 의류, 식음료 등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높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며 "시장 지배력이 높은 중견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강조해 이들 기업의 조사가 일과성 혹은 조삼모사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간 공정위의 부당 내부거래 제재는 주로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승계과정에서 불법 문제는 2000년~2020년에는 대기업들에서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한 번씩 거쳐가야 하는 홍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상당히 투명해지고 선진국 수준으로 격상된 체제에서 운영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10대그룹 내지는 20대그룹에 속한 기업들에서는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가 엄격한 감시의 눈을 작동한 덕분에 거버넌스가 선진국 수준에 못지않게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지나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도 한다. 

 

선진국 수준의 거버넌스를 갖는 것도 좋지만 자칫 우량한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외의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그런 점에서 지나치게 낮은 지분을 가진 국내 우량 대기업들의 지분구조는 국민의 합리적인 눈높이에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즉 너무 경직되게 운영하기보다는 지배구조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에서는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좀 더 감시의 눈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정부와 시민의 감시가 대부분 굴지의 대기업들에서 이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감시의 눈이 소홀해진 것을 이용해 편법적 부의 승계나 부당거래를 하는 중견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기업 집단은 이제 창업주에서 2대로 혹은 3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경우 승계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는 십분 이해를 하지만 그렇다고 편법적 부의 승계나 부당 거래를 눈 감아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중견 기업집단이나 소규모 기업집단에서 거버넌스가 불합리하게 이전되고 운영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다 보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은 기대할 수 없다. 

 

중견 기업집단이나 소규모 기업집단은 우리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경제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 집단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되다 보면 자칫 맑아진 윗물마저 흐리게 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부와 권력이 일부 오너 집단에 편중되고 대를 이어가게 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창업주의 아이디어, 회사를 키우기 위한 노력과 열정을 충분하게 이해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국민과 사회의 절대적인 도움과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투자자로 나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 지금의 중견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기업은 오너 일가 혼자의 힘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주변에 든든한 사회와 직원이라는 지원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기에 오너 일가가 편법적인 일을 자행해서라도 2세 혹은 3세로 승계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 이전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의 사회적 환원이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고, 연후에 승계는 직원과 사회가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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