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를 아우른 포스코를 세계적인 회사로 탈바꿈시킨 일등공신
"철강을 비롯한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으로 글로벌 리더로 거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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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포스코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운데), 이강덕 포항시장(오른쪽)이 손을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66)은 뚝심으로 비판이나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면서도 업계의 판도를 한눈에 그릴 줄 아는 혜안이 넘치는 천재 경영인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는 출발 당시에는 아웃사이더로서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다. 2018년 6월 회장으로 선임될 당시 포스코그룹 50년 역사에서 최초의 비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주로 재무관련 부서에서 경력을 쌓아 CFO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더우기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 부산대 경제학과 출신이었다.
당시 권오준 전 회장이 연임 후 중도에 사퇴를 하면서 위기 수습을 위해 구원 등판한 CEO라는 점에서 정통성도 결여돼 보였다. 당시 포스코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최 사장은 포스코 50년 역사 최초의 비엔지니어 출신 내부 회장 후보로 경영관리 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비철강 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기대 이상으로 포스코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사실 최 회장이 취임하던 2018년만 해도 건설이나 전기차 배터리 소재 일부를 제외하면 철강에 모든 것을 거는 제철소 기업의 이미지가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당시 철강은 이미 성숙산업으로서 아르셀로미탈과 같은 기업들이 점유율 선두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황으로 포스코가 가진 운신의 폭은 제한적이었다. 포스코는 과거 1980~90년대 혁신과 성장의 아이콘으로도 불렸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성장을 다 마치고 앞으로 쇠락해 가는 일만 남은 기업으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 이미지가 남아 있어 되게 고집스럽고 자존심만 강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곤 했다.
이런 기업의 이미지를 살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철강 전문이면서 서울대 출신의 엔지니어가 지금의 최정우 회장을 대신해 포스코 CEO가 됐다면 지금의 포스코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무거운 기업' 포스코가 최근 5년 정도에 해낸 변신과 혁신은 놀랍다고 할 수 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은퇴 이후에도 철강만이 아닌 '산업의 쌀'인 소재를 아우른 포스코를 세계적인 회사로 탈바꿈시킨 일등공신이었다고 기억할 것 같다.
그는 포스코가 철강을 넘어 소재를 만드는 회사라는 개념에 착안해 전기자동차 및 수소에너지-미래 환경 소재 기업으로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그의 노력은 포스코가 6대 그룹은커녕 언제든 1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쳐도 이상할 것 없는 기업을 5대 그룹 이상의 존재감으로 키워낸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미 그룹 서열에서 롯데 그룹을 제치고 5대 그룹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런 그이지만 그의 리더십은 현재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는 위상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 4월 1일 포스코는 창립 55주년을 맞았으나 지역사회는 물론 그룹 원로들과 이에 편승한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지 말고 중도 하차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었다. 포스코 그룹의 본사 주소지를 포항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는 문제라든지, 지난해 가을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는 사고를 당하고, 게다가 실적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식 보상 지급을 통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사실 포스코의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을 이루던 2021년에 비해서는 크게 나빠졌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 줄어든 2조2950억원에 그쳤고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46.7% 감소한 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10조원에 육박했던 이익에서 반토막으로 곤두박질친 셈이다.
하지만 올해 4월 이후 포스코의 위상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LG그룹,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다른 5대그룹이 바닥을 기는 실적으로 힘든 지경을 나는 상황에서도 포스코그룹은 성가를 높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를 받으면서 제대로 턴어라운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미국과 중국의 갈등관계에서 공급망을 다시 짜는 과정에서 포스코그룹은 효자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포스코가 선제적으로 투자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재에 대한 선구안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최 회장은 포스코 CEO로 취임하기 이전 포스코퓨처엠(과거 포스코케미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철강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섰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원료부터 소재에 이르기까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갖춰 공급망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포스코가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나 독자적인 공급망을 갖추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가히 10년 앞을 바라본 선구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최 회장은 외곽 세력과도 화해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3일 포스코그룹은 포항 본사에서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준공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는데, 이강덕 포항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은 물론 이차전지, 수소 등을 품은 친환경 미래 소재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2030년까지 12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는 3일 행사에서 "지난 50년 전 포항 1기 종합 준공은 한국 경제사의 역사적 전환점이었다"며 "앞으로 철강을 비롯한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핵심사업 중심의 성장을 통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즉 그룹의 근간인 철강 사업뿐만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 이차전지 소재 사업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수소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수소환원체철소 시범 사업을 마치고 상용화를 위한 단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은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제철 방식이다.
2030년까지 상용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고로설비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리 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제철소가 되는 것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제철 산업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더 이상은 경영 외에 정치적 문제로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가 내년 3월까지의 임기는 물론 회장 3연임도 도전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만한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해 최 회장 체제가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함께 박수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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