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
11월에 연준이 25bp 인하 확률은 94.1%까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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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는 15일(현지시간) ASML-엔비디아 충격에 3대 지수가 연쇄적으로 급락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전일까지 쾌조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날은 반도체주들의 급락에 영향을 받아 제법 큰 폭 조정을 보였다. 원인은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국가에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실적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24.80포인트(0.75%) 내린 42,740.42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4만3천선을 처음 돌파한 지 단 하루 만에 다시 4만2000선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4.59포인트(0.76%) 내린 5,815.26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87.10포인트(1.01%) 급락한 18,315.59를 나타내며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장보다 287.00포인트(5.28%) 폭락한 5,145.21을 가리키며 장을 마쳤다.
주요 종목으로는 엔비디아가 4.6% 급락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0.1%, 메타 0.7%, ASML 16.2%, 넷플릭스 0.9%, AMD 5.2%, ARM이 6.8%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에 비해 애플은 1.1%, 아마존닷컴 0.1%, 구글의 알파벳 0.3%, 테슬라가 0.2% 상승하며 마감했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는 하루 종일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지시간 오후 3시 59분 현재 10년물이 전날보다 0.039%포인트(3.9bp) 하락한 4.034%를 기록하고 2년물이 전날보다 0.015%포인트(1.5bp) 상승한 3.956%를 나타내고 있다.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의 실적 충격으로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ASML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74억7천만유로로 전년 동기의 62억4천만유로에서 약 20%, 주당순이익은 4.01유로에서 5.28유로로 31% 증가했다. 하지만 3분기 순예약(net bookings)은 26억유로에 그쳤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6억유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또한 ASML은 내년 순매출 전망치를 300억유로에서 350억유로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발표한 내년 매출 가이던스 범위의 하위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소식에 ASML의 주가는 16% 급락했고 불안감은 다른 기술주로도 번져 나갔다. 엔비디아는 4.69%, TSMC는 2.64%, 브로드컴은 3.47% 떨어졌다. AMD도 5.22% 밀렸으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10.69%, Arm도 6.89%까지 낙폭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 대비 5.28%나 급락했다. 지난 9월 3일 7.75% 폭락한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이날 ASML은 해프닝도 있었다. 당초 ASML은 1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실적 발표 설명회도 같이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계자의 실수인 듯 장중 ASML 홈페이지에 3분기 실적이 먼저 공개됐고 이를 계기로 반도체 및 AI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US뱅크웰쓰매니지먼트의 테리 샌드벤 수석 주식 전략가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보다 더 나아지기는 어렵다"며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비싸게 사고 더 비싸게 파는 시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월가의 주요 은행들은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ASML이 던진 실적 충격에 빛이 바랬다. 골드만삭스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29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으로 환산하면 8.40달러로 시장 예상치 6.89달러를 대폭 웃돌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3분기 EPS가 0.81달러로 시장 전망치 0.77달러를 상회했다. 씨티그룹도 EPS가 1.51달러로 시장 예상치 1.31달러를 상회했다.
UBS는 "위험 자산이 전반적으로 거시 경제가 뒷받침하는 환경 속에서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변동성이 다시 증가할 수 있는데 주요 변수는 중동 전쟁과 11월 대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경로 불확실성"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4% 넘게 폭락한 점도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전장 대비 4% 넘게 폭락해 배럴당 70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석유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미국 정부에 의사를 전달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짓눌렀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이 커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미국 10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마이너스(-) 11.9를 나타냈다. 이는 직전월 수치였던 11.5에서 무려 23.4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 3.4보다도 현저히 낮았으며 신규 주문, 출하, 재고, 운송 부문의 하위 지표도 전월보다 모두 악화했다.
뉴욕 연은이 진행한 소비자 기대 설문조사에서는 가계 재정 악화 흐름이 확인됐다. 뉴욕 연은이 발표한 9월 소비자기대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향후 3개월간 최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인식하는 평균 확률은 14.2%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4개월 연속 상승세이자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메리 데일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내 한두 번의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그는 뉴욕대에서 열린 대담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노동시장이 지속가능한 속도를 유지한다면 "올해 한 번 또는 두 번의 금리인하가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5.9%로 대폭 낮아졌다. 전날 마감 무렵 수치는 16.4%였다. 대신 25bp 인하 확률은 94.1%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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