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25만원 중 36%가 고정OT…주 14시간 초과근로 전제한 계약
2000억 매각 시기 불거진 논란…“브랜드 성장에 가려진 인사 공백”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근무하던 20대 청년이 주 80시간에 달하는 초장시간 노동 끝에 숨졌다는 유족의 주장이 제기됐다. 회사는 과로사 의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근로시간 입증 자료 제출을 거부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의 기업 인수 시기와 맞물려 불거진 사안인 만큼 외형 성장 뒤에 인사·노무 관리가 방치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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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베이글뮤지엄 여의도점 모습/사진=한시은 기자 |
28일 매일노동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고(故) 정효원 씨(26)는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유족이 스케줄표와 카카오톡 대화 등을 토대로 재구성한 결과, 고인의 사망 직전 1주일 근로시간은 약 80시간으로 추정된다.
유족에 따르면, 정효원 씨는 인천 신규 지점 개점 준비로 휴무일 포함 하루 13시간 안팎의 근무가 이어졌다. 이는 사망 이전 12주간의 주 평균 근무시간(58시간)보다 37%나 급증한 수치다. 사망 하루 전에는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기존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명백한 과로사”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산재)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회사가 확인한 근무 기록과 유족의 주장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며 과로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이를 뒷받침할 인사관리 애플리케이션과 지문인식 시스템 등 구체적인 근태 데이터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특히 지문인식 장비의 설치·가동 시점을 둘러싸고 회사 해명이 번복된 정황도 지적된다.
특히 문제는 근로계약서에서도 근로기준법 위반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고인의 월급 325만원 중 36%가 고정 연장근로수당으로 책정돼 있었는데, 이를 역산하면 주 14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전제해야 가능한 금액이다.
제과점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아님에도 회사는 계약서에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할 수 있다”고 명시해 사실상 불법적 장시간 노동을 합리화한 셈이다.
이 같은 논란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운영사인 엘비엠(LBM)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매각되는 시점과 맞물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7월 엘비엠과 약 2000억원 중반대의 가격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엘비엠은 지난해 796억원의 매출과 24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121.1%, 영업이익은 92.1% 급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30.5%로, 통상 10% 대인 빵집 영업이익률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JKL파트너스는 인수 후 한동안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창업자인 이효정 브랜드총괄디렉터(CBO) 등 기존 경영진의 조력을 받아 직영점을 늘리는 동시에 해외 진출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효정 CB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매각 이전 이미 이사회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효정 CBO는 2022년 11월 사내이사로 취임했다가 지난해 3월 사임했고, 같은 시기 최대주주인 이상엽 이사 역시 이사회에서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지분 매각과 외형 확장에 집중하는 사이, 노동환경 개선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근태관리 혼선과 초장시간 노동 정황은 급격한 성장세에 비해 내부 관리 체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27일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은 ‘청년 핫플레이스 런던베이글뮤지엄, 실상은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갈아넣은 기만 기업이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은 런베뮤의 노동 현실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인간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브랜드의 원가로 삼은 런베뮤의 행태는 명백한 기만이자 폭력이며, 탐욕이 만들어낸 살인이다. 고용노동부의 전면 근로감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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