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미국증시, 트럼프 관세 공포 다시 부각 나스닥-반도체-S&P 오를 이유가 없다

기획·연재 / 김완묵 기자 / 2025-03-21 05:57:28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유로존은 물론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
"증시가 앞으로 2주는 랠리를 펼치기 어려울 것"
▲미국 뉴욕증시는 20일(현지시간) 관세 전쟁으로 오를 이유가 없다는 듯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전환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모습/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미국 뉴욕증시는 '파월 효과'를 이어가며 상승하는 듯했지만 오후 들어 차익매물이 증가하며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전환해 마감했다. 

 

전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통화정책 회의(FOMC) 결과가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둘기파적' 목소리를 내면서 되살아난 위험 선호 심리가 저가 매수 행보를 지속시키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익 매물 출현이 늘어났다. 이날 발표한 신규 경제지표들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상태지만, 투자심리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1.31포인트(0.03%) 하락한 41,953.32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2.40포인트(0.22%) 내린 5,662.89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9.16포인트(0.33%) 떨어진 17,691.63을 나타내며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보다 33.16포인트(0.72%) 내린 4,601.37을 가리키며 장을 마쳤다. 

 

주요 종목으로는 애플이 0.5% 하락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0.2%, 아마존닷컴 0.3%, 구글의 알파벳 0.6%, 브로드컴 2.2%, 넷플릭스가 0.9%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에 비해 엔비디아는 0.8%, 메타 0.3%, 테슬라 0.1%, 팔란티어 1.5%, AMD 0.8%, ARM이 0.9% 상승하며 마감했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하고 있다. 현지시간 오후 3시 59분 현재 10년물이 전날보다 0.025%포인트(2.5bp) 하락한 4.231%를 가리키고 2년물이 전날보다 0.022%포인트(2.2bp) 내린 3.957%를 나타내고 있다.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이 유럽연합(EU)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유로존의 성장률은 첫 해 0.3%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이 보복 조치에 나서면 성장률 하락폭은 0.5%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유럽의 보복과 유로 약세는 인플레이션을 0.5%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가르드의 발언은 유로존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비둘기파적이었던 FOMC에 힘입어 저가 매수로 급반등하던 주가지수는 오후 장에 들기 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트럼프가 상호 관세 발효일로 못 박은 4월 2일까지는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FOMC 내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FOMC가 분기 말마다 공개하는 경제 전망 요약(SEP)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린 것은 찜찜한 구석으로 남아 있다. 그와 같은 추세가 짙어진다면 유로존과 함께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강세 시장은 노령으로 죽지 않는다"며 "공포로 죽고, 특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경기 침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로 치닫지는 않지만, 관세 때문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여전히 모른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미국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증시가 앞으로 2주는 랠리를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좋은 소식은 시장이 이미 4월 2일 또는 그 직후에 관세가 상당히 인상될 것이라고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이날도 양자컴퓨터 업계의 아픈 곳을 꼬집었다. 황은 "(과거 자신의 발언으로 양자컴퓨팅 기업 주가가 폭락한 후) 내 첫 반응은 그들이 공개(IPO)됐다는 걸 몰랐다는 거였다"며 "양자 기업이 어떻게 공개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 같은 소식에 양자컴퓨팅 종목의 대표주자인 아이온큐의 주가는 이날도 9% 넘게 하락했다.

 

미국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는 2분기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주가가 7% 넘게 떨어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는 13억5천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가 6% 이상 뒷걸음쳤다. 멀티 브랜드 외식사업 체인 다든 레스토랑은 매출이 시장 예상에 못 미쳤으나 주당순이익(EPS)이 기대치를 웃돈 실적을 공개한 뒤 주가가 5% 이상 올랐다.

 

한편 미국의 경기선행지수(LEI)는 지난 2월에도 하락하며 경기 둔화 신호를 3개월 연속으로 이어갔다. 미국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는 2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전월 대비 0.3% 하락한 101.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0.2% 하락보다도 낙폭이 더 컸다.

 

콘퍼런스보드의 유스티나 자빈스카-라모니카 수석 매니저는 "소비자들의 미래 경기 전망이 악화한 것이 2월 경기선행지수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1월에 개선됐던 제조업 신규 주문도 다시 감소하며 두 번째로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증가 흐름을 보였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실업보험 청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2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 22만4천명을 소폭 밑돌았고 직전주 대비로는 2천명 증가했다.

 

미국의 지난 4분기 경상적자는 소폭 축소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낮아졌다. 미국 상무부는 2024년 4분기 경상 적자가 전분기 대비 63억달러(2.0%) 감소한 3천39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3천255억달러 적자보다 작은 적자 폭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4.50%로 동결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에 대한 1단계 보복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4월 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4월 2일 미국의 상호 관세가 발효된 이후 대응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29.1%로 내려왔다. 대신 25bp 인하 확률은 55.1%에서 59.2%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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