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유작이 돼버린 '정이'에 대한 언급도 이어져
7일 저녁부터 임권택 감독 부부 등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길
![]() |
▲ 1987년 개봉 당시 영화 '씨받이'의 포스터/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시대를 대표하던 배우인데 안타깝다" "학창시절 정말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한국 영화를 빛낸 강수연(55, 1966년 8월 18일생)이 7일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를 잃었다는 안타까움 속에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씨받이'(1987),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 등 고인의 대표작을 좋아했던 팬들은 한 시대가 저물었다며 슬퍼했고,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넷플릭스 영화 '정이'(가제)를 기다리던 이들도 고인을 애도했다.
강수연의 부고 소식을 알린 기사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고인이 출연한 작품과 반짝반짝 빛나던 스타로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고 기사에는 "수연 누나 여인천하에서 너무 예뻤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역 때부터 봐왔던 배우인데 깨어나길 기대했건만 정말 어찌 이런 일이…" "교복 입고 앳된 모습의 강수연씨 소녀 때 모습이 떠오른다"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 최고의 스타이셨다. 팬이었습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5일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뒤 쾌유를 빌던 이들은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55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도 컸다. 누리꾼들은 "쾌유 소식만 애타게 귀 기울였는데 가슴이 미어진다" "일어나시기를 바랬는데…" "참 아름다운 배우였는데, 배우로서 한창 빛날 나이에 너무너무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너무 일찍 가셨어요"라며 슬퍼했다.
고인의 유작이 돼버린 '정이'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SNS에는 '정이'를 소개하는 기사 링크를 공유하는 글들도 눈에 띄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정이'에서 고인은 뇌 복제를 책임지는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상반기 공개 예정작으로 촬영은 모두 끝났으며, 현재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누리꾼들은 "최근에 촬영하신 SF영화 '정이'가 유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유작이 된 '정이' 출시되면 꼭 봐야겠어요"라며 애도했다.
7일 별세한 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마련되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영화계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는 이 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17호에 차려지며 조문은 8일 오전 10시부터 받는다.
한국 영화를 세계 무대로 이끈 '원조 월드스타'라는 평가를 받는 등 국내 영화계에서 고인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듯 영화인들은 7일 오후부터 일찌감치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부부, 연상호 감독 등이 잇따라 발걸음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고인의 별세 소식을 들은 직후 장례식장을 찾아 자리를 지켰다. 임 감독은 오후 7시 40분께 배우자 채령 씨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로 들어갔다. 이들은 "우리 장례식을 치러줄 사람이 먼저 갔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며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 감독 내외는 오후 8시 27분께 원로배우 한지일, 정상진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계 인사들의 배웅을 받으며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나섰다. 채 씨는 "(남편이) 지금 너무 충격을 받아 말씀을 못 하시는 상황"이라며 임 감독의 현재 상태를 전했다.
임 감독은 강수연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대표작인 영화 '씨받이'(1987)를 연출하는 등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장례식장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계 인사 1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이었다. 영화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도 속속 도착했다. 이준익 감독, 배우 엄앵란·안성기,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 이동하 영화사 레드피터 대표, 김중도 앙드레김 아뜰리에 대표이사 등이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김동호 전 이사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장례위원회 고문으로는 임권택 감독과 배창호·임상수·정지영 감독, 배우 박중훈·안성기·김지미·박정자·신영균·손숙 등이 참여한다.
한편 '원조 월드스타' 영화배우 강수연은 7일 오후 3시쯤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나이 네 살 때 아역으로 데뷔한 뒤 배우이자 문화행정가로 활동하며 반세기 넘게 한국 영화와 함께했다.
고교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어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라는 칭호를 얻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배우는 이때 고인이 최초였다.
1989년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당시 공산권 최고 권위였던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1990년대에도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한국 영화 중흥기를 이끌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경마장 가는길'(1992), '그대 안의 블루'(1993) 등 수많은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고인은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페미니즘 계열로 분류되는 영화에도 다수 출연했으며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 부단장을 맡으면서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 한국영화를 지키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영화 '베테랑' 황정민의 명대사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대사는 평소 강수연이 영화인들을 챙기며 하던 말을 류승완 감독이 가져다 쓴 것이라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은 2001년 SBS TV '여인천하' 이후 연기 활동을 줄이는 대신 문화행정가로 변신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부터 심사위원·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다가 2015년에는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고인은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