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시에나그룹 우선협상자 선정…리조트 포트폴리오 확장 나서
▲중부CC전경/사진= 홈페이지 갈무리/최성호기자 |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애경그룹이 수도권의 알짜 회원제 골프장 ‘중부컨트리클럽(중부CC)’ 매각을 추진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가는 약 2,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리조트 전문기업 더시에나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애경그룹은 중부CC를 포함한 비핵심 자산 정리 작업을 통해 그룹의 유동성을 강화하고, 핵심 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가 맡았다.
▲중부CC, 수도권 입지 불구 수익성 악화…회원제 모델의 한계
중부컨트리클럽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회원제 18홀 골프장으로, 서울 강남권 기준 40분대 접근성을 자랑하는 수도권 대표 골프장 중 하나로 꼽혀왔다. 200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20억~30억 원대의 안정적 영업이익을 올리며 애경그룹 내 ‘현금창출원(Cash Cow)’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원제 골프장의 수익성 하락과 시설 투자 부담 증가로 인해 매출과 수익이 정체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부CC의 연간 매출은 2021년 160억 원 수준에서 2023년 기준 135억 원대로 감소, 영업이익은 30억 원대에서 10억 원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회원권 분양과 재가입률 하락, 주중·비수기 내장객 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 이후 골프 수요는 다소 꺾인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고정 유지비 부담이 커 시설 리모델링 및 인건비 상승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애경그룹, ‘선택과 집중’ 구조조정…화학·유통 집중 노선 확정
이번 매각은 애경그룹의 전사적 구조조정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룹 관계자는 “중부CC를 포함해 모태사업인 애경사업(생활용품 유통)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으며, 재무 구조 개선과 미래 사업 재편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애경그룹은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애경케미칼의 경우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1조1,308억 원, 영업이익은 37.5% 급감한 279억 원에 머물렀다. 생활용품 계열사인 애경산업도 코로나 이후 실적 회복이 지연되며 화장품 사업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중부CC의 지분 100%는 애경케미칼이 보유하고 있으며, 매각 대금 2천억 원은 대부분 화학소재 부문의 설비 투자 및 재무 안정화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시에나그룹, 리조트 포트폴리오 확장…시너지 노린 인수
인수 측인 더시에나그룹은 제주에서 5성급 호텔인 ‘토스카나호텔’, 리조트형 골프장 ‘더시에나 컨트리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강원도 삼척에 ‘더시에나 리조트 삼척’을 오픈할 예정이다.
더시에나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수도권 리조트형 골프장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기존 호텔·레저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회원제 운영 방식이 아닌 퍼블릭 전환 또는 복합리조트 개발 등의 모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방 리조트 중심의 더시에나가 수도권 접근성을 갖춘 골프장을 확보함으로써 고객 분산, 운영 효율, 브랜드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부동산 PF 위기와 맞물린 골프장 매각 확산 조짐
이번 매각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유동성 위기로 인해 대기업들도 비핵심 자산을 빠르게 정리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실제로 최근 6개월 간 수도권 및 수도권 인접 골프장 5곳 이상이 M&A 시장에 나왔으며, 매각가는 평균 1,000억~2,500억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골프장 자산에 대한 시장 평가가 고점에 이른 가운데, 애경그룹은 이 시기를 현금화 타이밍으로 활용한 셈이다. 동시에 장기적인 회원제 골프장 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전략적 판단으로도 평가된다.
▲골프장 산업 ‘전환기’…애경, 유동성 확보 성공할까
애경그룹의 중부CC 매각은 단순한 자산 매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전통 산업 기반 기업들이 급변하는 레저·부동산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리조트·퍼블릭 골프장 위주로 재편되는 산업 흐름 속에서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애경에게는 일시적 유동성 확보라는 효과를 줄 수 있으나, 핵심사업의 성장성과 브랜드 재정립 없이는 일회성 매각으로 그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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