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까지 힘 실어주며 금호석유화학 승기 잡은 모양새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가 경영권을 두고 다시 맞붙는 모양새다.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가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운용(차파트너스)과 손잡고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주주제안을 요청하면서 박 회장에게 대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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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
13일 업계에 따르면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분 18.4%에 해당하는 기보유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라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3년간 50%만 소각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제안에 대해 모두 찬성하고 나서면서 금호석유화학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큰 변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박철완 전 상무의 반복되는 경영권 도전?
박 전 상무는 앞서 2021년 주총을 통해 자신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내용 등의 주주제안을 올렸지만 표대결에서 밀려 제안 사항이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충실 의무 위반 의혹으로 임원에서도 해임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매해 반복적으로 지분싸움을 걸어가며 현재 경영진을 긴장모드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경영진의 시선을 분산시켜 자칫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올해도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와 공동보유계약을 통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10%에 달하는 의결권을 위임해 3가지의 주주제안을 요청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붙였다.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으로 △자기주식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 △자기주식 소각의 건(정관 변경 후 2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 총 3건을 제안했다.
□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 역할 충실…차파트너스 진실 왜곡 주장
금호석유화학은 이사회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의 50%에 해당하는 보통주 262만 4417주를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분할 소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0일까지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87만 5000주를 소각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울러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가 주장하는 자사주 100% 소각, 취업이 제한된 지배주주를 회사의 사내이사로 추천 및 대표이사로 선임을 했다고 주장하는 바에 적극 반박했다.
먼저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를 향해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소액 주주의 가치 제고를 빙자한 박 전 상무 개인을 변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전 상무가 지난해 11월 제기한 자기주식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법원 각하 판결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바, 차파트너스가 이러한 것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은 특정 개인을 대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의 주장은 회사 정책의 본질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처분한 적이 없고 향후에도 이를 목적으로 처분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또 차파트너스가 현 이사회는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취업이 제한된 지배주주를 회사의 사내이사로 추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현 이사회 전원은 2021년 3월 이후 이사회에 진입했고, 차파트너스가 문제 삼고 있는 박찬구 당시 이사는 2021년 5월 이사회에서 사임해 현재 이사회 구성원들은 박찬구 이사의 선임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같은 조치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적극 주장했다.
아울러 박준경 사내이사 선임은 지난 2022년 ISS 및 Glass Lewis, 국민연금, 한국ESG연구소가 찬성 권고를 내 임시주주총회에서 찬성 78.7%의 높은 지지를 받아 정식 절차를 거쳤다며, 차파트너스의 ‘박준경 사내이사 선임 안건 100% 찬성’과 같은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현 이사회 구성원들은 과거 박철완 주주의 반대 캠페인 속에서도 개인별 전문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이사로서의 자격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팽팽하게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ISS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상정한 주주총회 안건에 모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금호석유화학에 힘을 힘을 실어줬다.
ISS는 우선 “주주제안자의 상세자료가 주주총회일로부터 불과 14일, 11일 전인 3월 8일과 3월 11일에 공개됐고, 이로 인해 해당 자료를 철저히 평가하고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의 가치와 주가 성과는 핵심 석유화학 사업의 주기적 특성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뤄졌다”며 “차파트너스는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주주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국내 상장사 중 전례가 없거나 어느 회사의 정관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안건과 관련해서는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총회는 오는 22일 개최된다. 이날 박 회장과 박 전 상무의 날 선 대립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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