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EWC 등 경기 종목 채택…아시안게임 채택 가능성도 높아
K-게임 역량과 경쟁력 끌어올려 글로벌 게임 시장 선도 역할 해야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e스포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e스포츠 주도권 전쟁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세에 'e스포츠 원조' 한국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e스포츠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 무대의 종목으로 채택될 만한 경쟁력을 갖춘 지적재산권(IP)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스포츠는 이미 유망 산업을 뛰어넘어 국가간 자존심이 걸린 스포츠로 진화했다. 한국은 PC방이 열어젖힌 PC게임 전성기 이후 꾸준히 시장을 키워왔고, ‘페이커’ 같은 슈퍼스타를 배출하며 e스포츠 경쟁력을 증명해 왔다. 이제 문제는 ‘누가 잘하냐’가 아니라, 누가 e스포츠의 국제 질서를 주도하느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보여준 e스포츠의 가능성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스포츠 경연장의 문을 두드렸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Ⅱ, 하스스톤, PES 2018 등은 게임도 국제대회로 개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전환점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e스포츠가 사상 처음 국제 스포츠 대회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제도권 스포츠의 언어(대표 선발–경기 운영–메달 집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LoL, 도타2, 스트리트 파이터V,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종목 구성도 관전 가능한 경쟁 콘텐츠에 초점이 맞춰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현장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e스포츠 경기 티켓은 ‘가장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LoL과 도타2로의 쏠림이 뚜렷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e스포츠가 관람·흥행·국가대항전 운영이 가능한 콘텐츠임을 입증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e스포츠가 단순 개인이 즐기기만 하는 스포츠에서 벗어나 제도권 안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게임사들이 단순 콘텐츠 공급자가 아니라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종목 제공자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e스포츠 게임 종목에 채택되면 게임 지적재산권(IP)의 위상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못 품은 e스포츠, 사우디가 눈독
IOC가 e스포츠를 별도 올림픽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사우디와의 협상이 결렬되며 실패했다. 사우디는 물러서지 않고 막대한 자본을 들여 e스포츠를 ‘국가 산업’으로 끌어올리며, 사실상 올림픽이 못 만든 무대를 먼저 설계하고 있다.
사우디 e스포츠 월드컵 재단(EWCF)은 국가대항 e스포츠 대회인 ‘e스포츠 네이션스 컵(ENC)’ 운영체계를 발표하고, 2026년 대회에 참여할 국가대표팀 파트너 모집에 들어갔다. ‘국기를 달고 경쟁하는 장기 리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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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C 2026 총상금액/사진=EWCF 제공 |
또한 EWC(Esports World Cup)는 올해도 사우디 리야드에서 올해 7월6일부터 8월23일까지 진행된다. 100개국 이상에서 모인 2000명 이상의 선수와 200개 이상의 클럽이 7주 동안 24개 종목에서 진행되는 25개 토너먼트에 참가해, 차기 e스포츠 월드컵 클럽 챔피언을 가리게 된다.
총상금 7500만달러(약 1100억원)라는 숫자부터 이미 ‘메가 이벤트’다. 라인업은 24개로 구성됐고, 스타크래프트2가 제외되는 대신 포트나이트, 트랙매니아 등이 새로 들어왔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연속 채택…국내 게임도 가능성 엿보여
올해 EWC에서도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연속 채택되며 IP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확인했다. 또한 9월에 열리는 제20회 아이치·나고야 하계 아시안게임에서도 e스포츠 게임으로 채택이 점쳐지고 있다. 이 대목은 국내 게임사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되는 순간 IP는 단기 매출을 넘어 지속 가능한 스포츠형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순 재미 중심 게임과 대형 IP로 성장해 e스포츠 종목 채택까지 노리는 게임은 기획 단계부터 무게중심이 달라질 전망이다. e스포츠형 게임은 초기 설계부터 수익 구조를 스포츠 산업형으로 짜고, 공정한 경쟁 룰·관전성·리그 운영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선수 발굴과 육성 등 생태계 구축 역시 게임 내부 전략의 일부로 편입되며, ‘게임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e스포츠 산업을 사우디와 중국의 거대 자본이 키우고 있는 건 사실이다. 텐센트가 OC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 지원을 이어가는 흐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본만으로 스포츠의 신뢰를 만들 수는 없다.
종목 선정과 운영 원칙이 투명해야 하고, 공정한 룰과 일관된 리그 구조가 뒷받침돼야 관중은 반복해서 돌아온다. 지금 e스포츠가 넘어야 할 산은 규모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보고 싶은 대회가 돼야 한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공정성과 보편성, 지속가능성을 갖춰 간다면 정식 스포츠로의 도약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특히 한국 게임 산업은 이 흐름 속에서 국제 무대의 종목으로 채택될 만한 경쟁력을 갖춘 IP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K-게임의 역량과 생태계 경쟁력을 함께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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