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SK ‘최태원 회장’이 난세에 글로벌 리더로 주목받는 이유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4-11-27 17:01:05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승부사 기질과 진정성이 SK를 견인
'오프닝 스피치' 통해 대중과 직원-VIP들과 격의 없는 대화
살아 생전 스티브 잡스의 열정을 생각나게 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Directors Summit 2024 오프닝 스피치 모습/사진=SK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이덕형기자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SK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며 성장통을 겪어 왔지만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먹구름이 몰려 들었다. 거친 폭풍을 예고하는 전조였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대응은 달랐다.


외신이 최태원 회장을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칼럼 등을 통해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닥친 어려움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결국 "최태원 회장의 SK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로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슐리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한국 최대 대기업 중 하나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얘기한 것이다.

렌 칼럼니스트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예로 들며,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캠페인의 위협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 승부사 최태원 회장, 위기를 기회로

SK그룹의 기상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2024년 상반기 기업의 실적이 예년보다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흘러 나왔다. 위기는 기우였는가? 4월 최태원 회장의 행보는 외신 등을 통해 흘러나왔다.

미국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TSMC, 오픈AI, MS, 아마존, 인텔 등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리더들을 잇따라 만나면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의 SNS 계정에는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글로벌 IT기업과 미팅을 하면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6월에 최 회장은 또다시 미국을 찾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픈AI 본사에서 샘 올트먼 CEO를 만나 양사 간 협력 방안 및 급변하는 AI 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를 찾아 사티아 나델라 CEO와도 만났다.


최 회장은 SK그룹과 MS가 추진 중인 반도체, 데이터센터, 언어모델 등 AI와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는 데 뜻을 같이하고, 나델라 CEO에게 'AI 생태계'를 비롯한 SK의 AI, 반도체 경쟁력을 소개했다.

 

 

▲최태원 회장의 SNS 활동 모습/사진=최태원 회장 SNS/ 이덕형기자

 

◊ SK 2024 경영전략회의 참석

미국에 체류 중이던 최태원 회장은 시간을 쪼개며, 온라인으로 국내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해 그룹의 경쟁력과 본인이 경험한 해외 기업의 성장 사례 등을 설명했다.

화상회의에서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조정 등과 관련해 "‘새로운 트랜지션(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 준비 등을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미국 서부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 CEO들과 연쇄 회동을 하는가 하면, 최 회장은 바로 동부로 이동해 SK 바이오팜과 SKC 자회사인 앱솔릭스를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뉴저지에 위치한 SK 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본사를 찾아 SK 바이오팜의 뇌전증 혁신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직판 상황 등을 직접 점검했다.

◊ 국내 사업 현장도 꼼꼼하게 챙겨보다

국내로 귀국한 최 회장은 해외 출장의 여독이 풀리지도 않았지만 지난 8월에는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AI 메모리 분야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최태원 회장은 9월에는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에서 울산시를 혁신하기 위한 AI 활용 방안과 지역문제 해법을 논의하고 제시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인 최태원 SK 회장이 10월에는 경기도 이천 SK텔레콤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홈커밍데이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꼼꼼하게 챙겼다.

최태원 회장의 열정은 매월 중요한 인사들과의 만남은 물론 각종 행사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행보에서 나타난다.

실제 대기업의 총수 대부분은 ‘오프닝 스피치’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대중에 나타나지 않고 은둔의 기업 리더를 자처한다. 행사에서조차 대기업 총수는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을 뿐,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오프닝 스피치' 현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최 태원 회장은 달랐다. ‘글로벌 리더’로 자신감이 넘쳤다.

◊ ‘기업의 리더’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AI 서밋 ‘오프닝 스피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참석자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국내 역대 어느 대그룹의 총수도 하지 못했던 ‘리더십’을 최태원 회장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외 언론들은 촌평을 통해 “최태원 회장이 직접 이끈 올해 'SK 인공지능(AI) 서밋'이 글로벌 AI 교류의 장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내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TSMC 등 글로벌 빅테크 CEO의 대담이 이어지며 국내외 AI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SK는 이들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행사 첫날 약 50분간 ‘오프닝 세션’을 주재하며 서밋을 이끌었다. 최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AI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AI 미래를 가속화하기 위해 SK가 보유한 AI 역량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더해 글로벌 AI 혁신과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도쿄포럼 2024'의 비즈니스 리더 세션을 주재하고 있다./사진=SK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 최태원 회장이 발로 뛰자, 6개월 사이 ‘시총 65조’ 증가

취재 기자가 만나본 기업인들 가운데 자신을 들어내는 데 가감이 없던 기업인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YTN 근무 시절 미국 뉴욕에서 만난 ‘스티브 잡스’는 인터뷰를 끝내고 점심을 함께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Mr,Lee 당신은 오늘 운이 좋다. 당신은 나를 만나고 있는 동안 당신은 돈을 벌고 있다. 왠지 아는가? 만약에 내가 1년 동안 기업을 경영해서 1조원의 매출이 나온다면, 나는 하루에 27억원을 버는 셈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내가 당신과 1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면, 내가 벌어야 할 '돈'을 당신에게 쓰는 셈이다. 당신은 나와 1억원짜리 점심을 하는 거라구”라며 웃으면서 농담을 건넸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다양한 행사에서 '터틀넥'을 입고 ‘오프닝 스피치’를 즐겨 했다. 그것은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로 전 세계인에게 지금도 남아 있다.


최태원 회장의 해외 비즈니스 설명회와 국내외 행사에서 ‘오프닝 스피치’는 기업 총수로서 나서기 힘든 결단과도 같다고 본다. 참석 기자들과 가감 없는 ‘오픈 인터뷰’조차 다른 기업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최 회장은 참석자(대중)들에게 가감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것은 곧 기업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기업의 이미지이며 상징성이기 때문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기업의 모습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이 미국 출장 등을 통해 기업의 차세대 먹거리를 챙기며 발로 뛴 결과는 기업 성장성으로 나타났다. 그의 리더십의 결과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한 SK그룹의 시가총액으로 돌아온 것이다. 

리더스인덱스가 상장사를 보유한 80개 대기업 집단 소속 366개 상장사의 시총을 분석한 결과, SK그룹의 21개 상장사 시총이 연초 181조7182억원에서 6개월 새 65조4922억원(36%) 증가하며 가장 많이 불어난 것이다. 

 

블룸버그의 칼럼은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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