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 리포트] 김시형 플라스틱아크 대표 “갖고 싶은 물건으로 바뀐 폐플라스틱…다음 무대는 K-컬처”

Sustainability / 소민영 기자 / 2026-08-18 07:00:21
[카페24 친환경 브랜드 ②] 화분·스마트폰 케이스 등 업사이클링 브랜드 '플라스틱아크'
300여개 공장 문 두드려 폐플라스틱 패턴 기술 개발·특허 등록
누적 24톤 재활용…패션·뷰티·캐릭터 IP 협업으로 영역 확대
100% 재생 플라스틱 K-POP LP ‘에코레코드’ 국내 출시 준비
김시형 대표 “재활용 브랜드 넘어 K-컬처의 새로운 피지컬 경험 만들 것”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책임을 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등장한 지 오래다. ESG 경영은 실행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정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소셜밸류(SV)는 기업의 ESG 전략과 실천 의지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플라스틱아크의 화분/사진=플라스틱아크 제공

 

버려진 플라스틱이 다시 화분이 되고 스마트폰 케이스가 된다. 여기까지라면 흔히 떠올리는 업사이클링의 모습이다. 플라스틱아크가 한 발 더 나아가는 지점은 디자인으로 갖고 싶은 물건을 만들고, 그 다음에 폐플라스틱이라는 소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있다.


김시형 플라스틱아크 대표는 환경적 명분만으로 소비자에게 선택을 요구해서는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폐플라스틱을 패션·라이프스타일의 언어로 재해석해온 플라스틱아크는 이제 그 무대를 K-컬처로 넓히고 있다. 세계 최초로 재생 플라스틱 LP를 상용화한 독일 손프레스와 손잡고 100% 재생 플라스틱 소재의 K-팝 ‘에코레코드(EcoRecord)’를 준비 중이다.

 

◇ 환경 다큐 한 편에서 시작된 ‘작은 방주’

플라스틱아크의 출발점은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었다.

김 대표는 “그전까지 환경문제는 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제 생애 안에 직접 맞닥뜨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거창한 일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상에서 계속 버려지는 플라스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은 2020년 플라스틱아크 창업으로 이어졌다.

브랜드명에 들어간 ‘아크(ARK)’는 성경 속 노아의 방주에서 따왔다. 끝없이 쌓이고 흘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모습에서 대홍수를 떠올렸고, 폐플라스틱을 다시 녹여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일이 현시대의 작은 방주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이름에는 자원을 다시 순환시키겠다는 의지뿐 아니라 더 나은 생활방식을 매력적으로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방향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 화분서 스마트폰 케이스까지…일상에 스며든 업사이클링


플라스틱아크가 가장 먼저 만든 제품은 폐플라스틱 화분이었다.

김 대표는 화분을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고 자라는 그릇”이라고 표현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새로운 가치를 품고 다시 태어난다는 브랜드의 출발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이었다는 설명이다.

 

▲플라스틱아크의 반려동물 식기 ‘펫보울(pet bowl)’/사진=플라스틱아크 제공

 

이후 제품은 스마트폰 케이스, 반려동물 식기 ‘펫보울(pet bowl)’, 신규 스마트폰 케이스 라인 ‘비누(BINU)’ 등으로 확장됐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선택한 이유 역시 일상성에 있었다. 친환경 제품이 특별한 순간에만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들이 매일 손에 들고 다니는 생활 속 제품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다만 제품 수를 빠르게 늘리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김 대표는 “생활 오브제든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상품이든 범위는 넓힐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보는 것이 있다”며 “‘왜 이 제품을 플라스틱아크가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아크 제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친환경 문구보다 독특한 색과 패턴이다.

디자인의 소재는 자연뿐 아니라 음식, 일상적인 사물, 미술 작품, 영화 속 장면까지 다양하다. 이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폐플라스틱이라는 소재와 플라스틱아크의 디자인 언어로 다시 풀어낸다.

폐플라스틱 자체의 특성도 디자인의 일부가 된다. 원료 상태에 따라 색이 섞이는 방식이나 표면의 모습이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플라스틱아크는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대신 일정한 패턴과 제품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제품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을 남기는 것이 플라스틱아크만의 재미있는 포인트다.

김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선택의 순서’다.

그는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고 싶지는 않다”며 “일단 디자인이 좋아서 갖고 싶고, 나중에 알고 보니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순서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도 같은 원칙으로 운영한다. 전형적인 친환경 브랜드의 이미지보다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가까운 시각적 감도를 추구한다.

◇ 300개 공장에 연락해 만든 폐플라스틱 패턴 기술

디자인을 구현하는 배경에는 자체적인 가공 기술이 있다. 폐플라스틱은 수거 후 재질별로 분류하고 세척한다. 이를 제품 생산에 적합한 원료로 가공한 뒤 다시 녹여 화분이나 스마트폰 케이스 등으로 성형한다.

플라스틱아크의 특징은 인쇄나 표면 코팅 등 별도의 2차 후가공 없이 성형 과정 안에서 색과 패턴을 구현한다는 점이다. 추가적인 공정을 줄이면서 제품마다 고유한 외관을 구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관련 전문 지식이 없던 창업 초기 해외 논문을 직접 번역하며 공부했고, 실제 생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300곳이 넘는 공장에 연락했다. 직접 찾아간 공장만 약 120곳에 달했다.

그는 “샘플을 만들다가 여러 차례 화상을 입기도 했다”며 “결국 구현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 제품화했고 지금은 관련 기술의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제품으로 돌아온 폐플라스틱은 지금까지 누적 약 24톤이다.

플라스틱아크는 외부에서 확보한 폐플라스틱뿐 아니라 고객이 사용한 자사 제품이나 일반 플라스틱 용기 등을 다시 받는 자원순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회수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공식 온라인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김 대표는 “제품을 한 번 판매하고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 사용한 자원을 다시 회수해 다음 제품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LMC·이니스프리·LG전자 거쳐 ‘트롤’까지

플라스틱아크가 폐플라스틱을 문화의 언어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업·브랜드 협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2년 패션 브랜드 LMC와의 협업은 폐플라스틱을 환경 캠페인이 아닌 스트리트 패션과 문화의 영역에서 보여준 첫 계기가 됐다. 이후 이니스프리와 화장품 용기를 활용한 리사이클 굿즈와 콘텐츠를 제작했고, 라네즈 말레이시아 팝업 공간 컨설팅과 LG전자 ‘틔운’ 연계 오브제 화분 ‘클린팟’ 협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단순 소재 공급을 넘어 제품과 공간을 함께 기획하는 경험도 축적했다.

전환점은 2024년 유니버설과 진행한 ‘트롤(Trolls)’ 지식재산권(IP) 협업이었다.

김 대표는 “그전까지는 폐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트롤 협업에서는 캐릭터 IP와 결합해 사람들이 정말 ‘갖고 싶은 물건’으로 만들어봤다”며 “소재와 문화 IP가 만났을 때의 가능성을 확실히 확인한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이후 BTS와 수지, 트와이스 다현 등 아티스트와 유명인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다. 보그 등 글로벌 매거진과 언론에도 소개됐으며 기업과 브랜드의 협업 및 소재 활용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 다음 무대는 K-컬처…100% 재생 플라스틱 LP 준비

플라스틱아크가 바라보는 다음 시장은 K-컬처다. 그 첫 프로젝트로 준비하는 것이 친환경 K-팝 LP ‘에코레코드’다. 플라스틱아크는 재생 플라스틱 LP를 상용화한 독일 손프레스와 정식 계약을 맺고 100% 재생 플라스틱(rPET)을 활용한 에코레코드를 국내에 선보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손프레스는 CD·DVD·블루레이 등의 복제·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독일 기업으로, 최근 ‘에코레코드’와 ‘에코 CD’ 등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피지컬 음반 포맷 개발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피지컬 음반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음악을 단순히 듣는 수단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소장 경험’으로 역할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LP는 음악뿐 아니라 아트워크와 한정판의 가치를 함께 담을 수 있어 플라스틱아크가 지향하는 소재와 문화의 결합에 적합하다.

김 대표는 “유니버설과의 트롤 협업이 문화 IP를 갖고 싶은 물건으로 만드는 경험이었다면 에코레코드는 그 가능성을 음악에서 먼저 풀어보는 프로젝트”라며 “앞으로 아티스트 IP와 상품 기획, 디지털 콘텐츠, 팬 경험까지 더 넓은 문화 영역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아크를 단순히 재활용 제품을 잘 만드는 회사에 머물게 하고 싶지는 않다”며 “패션과 음악, 아트, 콘텐츠를 연결해 사람들이 환경을 의식하기 전에 먼저 좋아하고 참여하고 싶은 장면을 만드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카페24 자사몰, 브랜드 철학 전달하는 ‘중심축’

이 같은 브랜드 경험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중심에는 카페24 기반의 자사몰(D2C)이 있다.

플라스틱아크는 공식 자사몰 이외에는 무신사와 29CM 등 일부 채널로 판매처를 제한하고 정가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자사몰을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디자인과 철학, 콘텐츠, 자원순환 프로그램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핵심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처음 자사몰을 만들 때 카페24의 진입 장벽이 낮았고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잘 맞았다”며 “사이트 구축과 운영이 비교적 간단했고 판매·회원관리 등 기본 기능부터 성장 단계에 필요한 기능까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제품 이미지와 브랜드 디자인이 중요한 플라스틱아크 입장에서는 자사몰 안에서 원하는 분위기와 메시지를 직접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D2C(Direct-to-Consumer)는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기업이 자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유통 경로를 줄이는 것을 넘어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구매 과정과 브랜드 경험을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플라스틱아크 역시 자원순환 프로그램과 브랜드 콘텐츠를 자사몰에 결합하면서 제품 구매 이후까지 고객과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D2C를 활용하고 있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사용을 마친 플라스틱을 다시 보내고, 이를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연결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구성하는 식이다.

카페24는 브랜드가 자사몰을 기반으로 이 같은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D2C는 단순히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플라스틱아크가 지향하는 자원순환형 브랜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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