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쇼츠 드라마 채널 ‘PPL’ 열어
이병헌 감독표 ‘재미’와 ‘감동’ 전해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병헌 감독이 유튜브 쇼츠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장편 영화에서 보여주던 치밀한 연출 감각과 웃음 속 깊은 여운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농축해 풀어낸다.
이병헌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알파경제 스튜디오에서 소셜밸류와 만나 유튜브 채널 ‘PPL’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
▲이병헌 감독(왼쪽)이 29일 서울 강남구 알파경제 스튜디오에서 소셜밸류와 만나 유튜브 채널 ‘PPL’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시은 기자 |
‘PPL’은 이병헌 감독이 지난 4월에 론칭한 유튜브 채널이다. 편당 10분 남짓의 숏드라마를 직접 대본과 연출을 맡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채널 개설 한 달 만에 누적 조회수 37만회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이 감독은 “작년에 한 달쯤 쉬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단편 같은 순수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요즘 제작 여건이 좋지 않아 쉬고 있는 인력이 많은 상태라 친구들과 ‘재미있는 일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채널명 ‘PPL’에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위트와 현실적인 고민이 동시에 담겼다. 일반적으로 광고 협찬을 일컫는 ‘PPL’을 ‘Please Pray for me to Love’라는 뜻으로 재해석했다.
“예산이 없으면 없는 대로 하겠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잖아요. 우리가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려면 결국 PPL이 필요하니까요. 그걸 너무 뻔뻔하지 않고 귀엽게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다른 문장으로 표현했어요.”
4월에 공개된 첫 에피소드 ‘작자미상’은 계란빵 장수 ‘짜미’와 배우 오디션에 번번이 낙방하는 여자 ‘미니’가 우연히 마주하며 펼쳐지는 휴먼코믹 스릴러 드라마다.
이번 에피소드의 중심 소품인 ‘계란빵’에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감정 서사가 녹아 있다. 이 감독은 “드라마에는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짜미의 연인이 임신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이 계란빵이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파는 따뜻한 간식을 통해 세상에 나오지 못한 생명에 대한 슬픔을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익숙한 소재를 감정의 매개로 전환하는 방식은 이 감독의 입체적인 연출 문법을 엿볼 수 있다.
음악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감독으로 참여한 가운데, 이 감독은 영상을 이루마 작곡가의 음악 스타일에 인위적으로 맞추려 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은 후반 공정이기 때문에 그런 음악이 들어올 걸 미리 인지하고 있으면 연출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돼 있다”며 “다만 영상적으로는 너무 선명하지 않고, 동화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 렌즈에 스타킹을 씌우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작품의 영상 톤은 흐릿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구현됐다. 제작비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큰돈을 들이지 않은 방식으로 판타지적 요소를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병헌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동기로 ‘자유로운 창작의 즐거움’을 꼽았다. 그는 “예산 문제로 표현의 제약은 크지만, 그 안에서도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전부터 너무 신났고, 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며 “현재 노개런티로 참여 중이지만, 만약 제 부분에 대한 수익이 생긴다면 제작에 100%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헌 감독은 창작자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요즘은 질책을 많이 하게 된다”며 “글이 전처럼 잘 써지지 않고, 예전보다 결과물도 현저히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에게 ‘내가 둔해진 건가, 감이 떨어진 건가’ 자꾸 되묻게 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일은 쉬고 싶지 않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대중이 선택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쉬게 되는 거니까, 굳이 내가 쉬겠다고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의 밀도 높은 이야기는 이제 쇼츠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또 다른 결을 만들어간다. 짧은 러닝타임에 담긴 진심 어린 이야기가 다시 한번 시청자 곁에 다가선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