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일본차 닛산의 몰락, 그리고 리더 없는 일본 기업의 자멸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5-24 14:28:18

▲카를로스곤 전 르노 /사진=연합뉴스/이덕형 칼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전동화와 AI로 급격히 이동하는 지금, 일본을 대표하던 닛산자동차가 다시 한번 무너지고 있다. 이 위기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리더가 없는 조직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닛산은 한때 죽어가던 기업이었다. 1999년, 프랑스 르노에서 온 한 외국인, 카를로스 곤이 구조조정을 이끌며 부활의 신화를 썼다.

그의 리더십은 때론 가혹했고, 일본식 경영 문화를 거슬렀지만 분명히 결과를 냈다. ‘리프(LEAF)’는 전기차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닛산은 세계 3대 자동차 그룹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곤이 사라진 이후, 닛산은 방향을 잃었다. 후임자들은 강력한 비전도, 결단도 없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다름 아닌 파벌이다.

일본 내부 인맥 중심의 권력 구도, 외국계 임원과 일본 보수파의 갈등, 부서 간 이기주의가 회사를 뒤덮었다. 이제 회의는 많고 결정은 느리며, 실행은 더디다.

“3개월 회의하고 1년간 실행 못 한다”는 말이 닛산 내부에서 공공연히 나온다. 이 와중에 테슬라와 BYD는 세계 시장을 휩쓴다. 혼다는 GM과 손잡고 AI 기반 자율주행을 가속한다.

반면 닛산은 아직도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디로 갈지”를 논의 중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답은 분명하다. 일본식 기업 문화는 여전히 ‘조직’보다 ‘파벌’, ‘성과’보다 ‘연공서열’을 우선시한다.

리더가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 결정이 미뤄지는 문화, 책임은 지지 않는 회의주의적 경영. 닛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바, 샤프, JAL… 하나같이 비슷한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리더가 없고, 방향이 없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방향 없이 흘러간다. 닛산의 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조직의 실패다.


닛산은 최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 ‘곤식 해법’을 꺼내 들었다. 문제는 지금의 닛산에는 그런 해법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파벌의 논리가 조직을 지배하는 한, 어떤 전략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기업이란 단지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다. 철학이 필요하고, 결단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리더 없는 일본 기업은 결국 안에서부터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이름은, 안타깝게도 ‘닛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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