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대통령 후보에게 묻다 ‘핵가족·고령화 그늘’

인물·칼럼 / 이덕형 기자 / 2025-04-26 13:44:37
‘노노(老老) 가정’190만, 벼랑 끝 황혼에 묻는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 모집/사진=연합뉴스 자료/

이덕형 칼럼

예로부터 늙은 말에게도 길을 묻는 지혜가 있다고 했다. 굽이굽이 인생길 헤쳐 온 노마(老馬)의 경험과 연륜은 때로는 젊음의 패기보다 더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작금의 대한민국, 5100만 인구 중 3%에 육박하는 80대 이상 고령 인구가 마주한 현실 앞에서, 늙은 말의 지혜를 빌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190만 명에 달하는 80대 이상 어르신들의 삶은,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심화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녀 세대 또한 50대에 접어들면 은퇴를 압박받는 현실 속에서, 80대 이상의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한 가정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한부모 가정이나 젊은 세대에게는 주거 지원과 다양한 복지 혜택이 주어지지만, 정작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노노(老老) 가정’에는 정부의 따뜻한 손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황혼녘에 기댈 곳 없는 80대 어르신들은 깊은 고립감과 불안감에 휩싸인다. 자녀에게 짐이 되기보다는, 요양 시설이라는 이름의 낯선 공간에 마지막 안식처를 찾아야 하는 현실은 그분들에게 얼마나 큰 절망감을 안겨줄까.

인생의 황혼기에 홀로 남겨진 듯한 답답함은, 그 어떤 이념의 대립보다 더 절실하고 절박한 문제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 80대 어르신들은 과연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야 할까? 그들에게 이념의 거창한 담론은 어쩌면 먼 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절실한 외침은 오직 하나, 남은 삶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후보,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후보일 것이다.

190만 명의 80대 이상 고령 인구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들의 표심은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제 정치권은 낡은 이념의 틀을 벗어나,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인 노노 가정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늙은 말의 지혜처럼,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의 절실한 외침에 응답하는 후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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