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AI는 승산 있는 게임”…현대차그룹, 피지컬 AI로 새 기준 세운다

인물·칼럼 / 최연돈 기자 / 2026-01-05 10:35:18
신년 메시지서 체질 개선·민첩한 의사결정 주문
동반자 지원 확대와 과감한 협력도 강조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5일 전 세계 임직원과 신년회 영상을 공유하며 온라인 신년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 신년회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 형식으로 구성됐고, 사전 녹화된 영상이 이메일 등을 통해 전 세계 임직원에게 전달됐다.

 

▲현대차그룹 2026년 신년회에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성 김 사장, 현대차그룹 장재훈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김혜인 부사장, 기아 송호성 사장,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사진=현대차 제공

 

신년회는 정의선 회장의 새해 메시지로 시작됐다. 이어 장재훈 부회장,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기아 송호성 사장,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 현대차그룹 루크 동커볼케 사장, 성 김 사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 김혜인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여해 올해 경영 환경과 방향성, 신사업 추진 현황을 놓고 임직원과 소통했다. 특히 AI, SDV,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의 개발 현황과 기술 내재화, 연관 생태계 구축 계획을 상세히 공유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을 미래 산업 전환 흐름을 주도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로 규정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세계 경기 둔화, 지정학적 분절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AI로 대표되는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사전 실시한 임직원 설문조사에서도 ‘기술역량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고,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발전, 신사업 성장 필요성에 대한 응답도 뒤따랐다.

 

정의선 회장은 새해 메시지에서 고객 관점의 깊은 성찰에 기반한 체질 개선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그는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체질 개선”이라며 제품과 개발 과정에서 고객 시각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타협은 없었는지, 품질에 대해 고객 앞에 떳떳한지 등을 끊임없이 되묻고 개선해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 본질을 꿰뚫는 명확한 상황 인식과 민첩한 의사결정을 주문했다. “리더들은 숫자와 자료만 보는데 머물지 말고 현장을 방문하고 사람을 통해 상황의 본질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민첩한 의사결정”이라고 역설했다. 보고에는 자기 생각과 결론이 담겨야 하고, 적시에 공유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공급 생태계 강화에 대한 메시지도 내놨다. 정의선 회장은 “공급 생태계의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동반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지원과 투자를 아낌없이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I가 촉발한 산업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와의 과감한 협력으로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그는 자동차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AI 능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시대가 됐다며,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우위를 선점해 온 현실도 냉정하게 짚었다.

 

다만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강점으로 ‘피지컬’ 영역을 꼽았다. 그는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의 가치는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라며 “데이터와 자본, 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게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기업 진화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하며, AI 역량을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좌담회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추진 현황이 공유됐다. 장재훈 부회장은 SDV 전환을 “생존과 미래가 걸린 일”로 규정하며 목표는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은 아이오닉5 로보택시 실차 테스트를 통해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며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고,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와의 협력을 통한 하드웨어와 피지컬 AI 고도화, 제조 현장 데이터 결합 전략이 소개됐다. 장재훈 부회장은 공장과 유사한 조건의 로봇 데이터 수집 및 성능 검증 시설을 구축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성능을 입증한 뒤 외부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스트레치와 스팟은 내부·외부 현장에서 실제 사용 데이터를 축적 중이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로보틱스랩의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 등 상용화 추진 사례도 언급됐다.

 

수소 사업에 대해서도 장 부회장은 수소가 에너지 캐리어이자 저장 수단으로서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다며, 그룹이 생산·저장·활용 전 밸류체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경영진은 글로벌 생산 전략과 공급망 재구성, 파워트레인 다변화, PBV 생태계 확대, SDV 양산 지원과 차량용 반도체·로보틱스 핵심부품 강화 등 올해 사업 방향성도 공유했다.

 

정의선 회장은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며 조직 내 변화 속도 격차를 줄이고 문제를 숨기지 않고 빠르게 수면 위로 올려 함께 해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과 제품의 새로운 기준을 선도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신년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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