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한국형 비만신약’ 연내 승부…삼성·유한·동국·JW도 비만 시장 공략

K-Health / 소민영 기자 / 2026-07-21 07:00:58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2026년 하반기 상용화 목표
삼중작용제·근육 증가 치료제로 H.O.P 포트폴리오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 펩타이드 CDMO 인수로 생산시장 진입
유한·동국·JW중외는 장기지속형·차세대 제형 공략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지난해 8000억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확대됐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비만 신약 개발과 시장 선점 경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1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8195억원으로 2024년 2426억원보다 3배 이상 확대됐다. 품목별로 보면 위고비가 4833억 원으로 시장의 59%, 마운자로가 2209억원으로 27%를 차지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확대 배경에는 비만 인구 증가와 적극적인 체중 관리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약 23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비만율은 34.4%로, 2015년 26.3%보다 8.1%포인트 높아졌다. 10년 동안 비만율이 약 30.8% 증가한 것으로, 성인 3명 중 1명 이상이 비만에 해당한다. 남성 비만율은 41.4%, 여성은 23.0%였으며 30대 남성은 53.1%, 40대 남성은 50.3%로 집계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비만치료제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비만신약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 한미 비만 파이프라인)’를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진출, 한양행, 동국제약, JW중외제약도 신약 개발과 제형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 범위가 연구개발부터 원료 생산, 상업화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2026년 하반기 상용화 목표

국내 기업 중 가장 구체적인 비만 치료제 사업화 일정을 밟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 프로젝트 ‘H.O.P’를 중심으로 체중 감량과 근손실 관리, 복약 편의성, 감량 이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비만 치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한미약품 미국당뇨병학회 학술대회 발표/사진=한미약품 제공


현재 핵심 파이프라인은 한국형 GLP-1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 지방 감소와 근육 증가를 동시에 겨냥한 ‘HM17321’이다. 최근에는 펩타이드 기반 마이오스타틴 억제 후보물질 ‘HM500197’도 추가했다.


선두 후보물질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개발한 주 1회 투여 GLP-1 계열 치료제다. 과체중과 비만 1단계 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한미약품은 2025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비만 적응증의 허가 및 상용화 목표는 2026년 하반기로 계획을 잡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자체 생산해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에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의 품목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대상에 지정해 허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해외 진출도 추진된다. 한미약품은 올해 1월 멕시코 제약사 산페르와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완제품을 공급하고 산페르가 멕시코 현지 허가와 마케팅,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다. 국내 허가를 기반으로 멕시코 허가 절차를 밟고 중남미를 비롯한 해외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비만을 넘어 당뇨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메트포르민, SGLT-2 저해제를 함께 투여하는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당뇨병 적응증 추가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HM15275, 2030년 상용화 겨냥한 삼중작용제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이후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후보물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M15275는 GLP-1과 GIP,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장기 지속형 삼중작용제다.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와 대사 기능 개선을 함께 유도해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는 체중 감소 효과가 크지만 감량 과정에서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이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한계가 제기돼 왔다. 한미약품은 HM15275를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내면서도 근손실을 줄일 수 있는 후보물질로 개발하고 있다.

HM15275는 미국 임상 2상 단계에 있으며 한미약품이 제시한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국내 시장에 우선 진입하는 제품이라면 HM15275는 글로벌 혁신신약 시장을 겨냥한 후속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구분된다.

 HM17321·HM500197, 체중 감량 넘어 근육 증가 공략

한미약품은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근육량과 신체 기능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질 높은 체중 감량’을 또 다른 개발 축으로 삼고 있다.

HM17321은 지방량을 줄이면서 근육량과 근 기능, 운동 능력, 대사 기능을 함께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UCN2 계열 후보물질이다. 단독 치료뿐 아니라 GLP-1 계열 치료제와의 병용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HM17321은 미국 임상 1상 단계로, 한미약품은 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HM15275가 체중 감량을 담당하고 HM17321이 체성분과 근육 기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품 간 역할을 차별화하고 있다.

올해 공개된 HM500197은 펩타이드 기반으로 마이오스타틴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근육 증진 후보물질이다. 기존 항체 기반 후보물질보다 분자 크기가 작아 인크레틴 계열 치료제와 병용하거나 하나의 복합제 형태로 개발하기 유리하다.

한미약품은 경구형과 패치형 제제, 디지털 융합의약품도 H.O.P 프로젝트에 포함하고 있다. 단일 GLP-1 제품에 의존하기보다 환자의 비만 정도와 동반 질환, 투약 편의성, 근손실 위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 삼성바이오, 2.7조원 들여 펩타이드 생산시장 진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대 최대 규모인 2조700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하며 비만·당뇨 치료제 생산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의 지분 100%를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한다. 인수가는 주당 44.31스위스프랑, 전체 기업가치는 약 14억6000만스위스프랑으로 평가됐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55.65%를 공개매수에 응모하기로 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련 승인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폴리펩타이드는 펩타이드 기반 원료의약품의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담당하는 전문 CDMO다. 유럽과 미국, 인도 등에 생산·연구 거점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거래로 기술과 인력, 생산시설뿐 아니라 기존 고객사와 수주 기반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펩타이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의 핵심 물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 메신저리보핵산 중심의 생산 포트폴리오에 펩타이드를 추가해 급증하는 비만약 위탁생산 수요를 공략한다.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을 함께 넓히는 전략적 투자로 볼 수 있다.


◇ 유한양행, 월 1회 주사제·먹는 비만약 개발

유한양행은 투약 주기를 늘리고 경구 제형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비만 신약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인벤티지랩과 공동 개발하는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한 달에 한 번 투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 1회 주사제의 투약 간격을 월 1회로 늘려 환자의 편의성과 복약 순응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유한양행은 먹는 GLP-1 후보물질과 비펩타이드성 경구 합성신약 등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주사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투약 부담과 보관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경구제와 장기 지속형 제형이 차세대 경쟁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동국제약, 자체 약물전달기술로 월 1회 주사제 도전

동국제약은 20년 이상 축적한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월 1회 투여하는 비만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후보물질 ‘DKF-MB501’은 세마글루타이드를 생분해성 고분자 미립구에 담아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됐다. 주 1회 투여하는 기존 세마글루타이드 제형의 간격을 월 1회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동국제약은 임상용 처방과 제조공정을 확정한 뒤 비임상 독성시험과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을 거쳐 2027년 임상 1상 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화장품과 일반의약품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사업 구조에서 전문의약품과 신약 부문으로 성장축을 넓히고 있다.

◇ JW중외제약, ‘2주 1회’ GLP-1 비만 신약 확보

JW중외제약도 투약 주기를 늘린 차세대 GLP-1 치료제를 앞세워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입한다.

JW중외제약은 지난 4월 중국 제약사 간앤리 파마슈티컬스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신약 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개발과 허가, 마케팅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보팡글루타이드는 2주에 한 번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GLP-1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시장의 주요 주사제가 주 1회 투여 방식인 점을 고려하면 투약 횟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 환자 편의성과 복약 지속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JW중외제약은 임상에서 확인된 체중 감소 효과와 투약 편의성을 바탕으로 국내 개발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자체 후보물질을 처음부터 발굴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외에서 임상이 진행된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대사질환 분야의 성장동력을 빠르게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별 개발 단계와 사업 모델에는 차이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만약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펩타이드 생산을 맡는 CDMO 사업에 진출했고, 한미약품은 상용화를 추진하는 후보물질부터 차세대 신약까지 다층적인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유한양행과 동국제약은 월 1회 장기 지속형 주사제와 경구제 등 제형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JW중외제약은 2주 1회 투여하는 해외 GLP-1 후보물질의 국내 권리를 확보해 투약 편의성을 앞세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만 치료제 경쟁이 단순한 GLP-1 복제약 개발을 넘어 펩타이드 원료 생산과 장기 지속형 주사제, 먹는 약, 근육 보전 치료제까지 세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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