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사각지대서 벌어지는 ‘현금 인출’
기업 가치 훼손으로 연결 계속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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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 코스피, 코스닥 지수/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국내 주요 기업 총수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막대한 배당금을 챙기며 ‘사익 편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기순이익을 초과한 고배당은 물론 적자 기업에서도 배당이 이뤄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비상장사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재무건전성 훼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현금 인출’ 논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광영토건은 지난해 약 147억원의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194억원을 배당했다. 이 가운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162억원을, 장남 이성훈 부사장은 31억원을 수령했다.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이 반복될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해치고 장기적 투자 여력을 잠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재벌가 전반으로 확산된 ‘배당 잔치’
GS그룹과 효성그룹, 카카오그룹 등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GS 오너 일가는 비상장사 삼양인터내셔날에서 순이익(91억9천만원)을 초과하는 100억원을, 효성그룹의 조현준 회장은 효성투자개발에서 164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효성투자개발 역시 당기순이익(약 270억원)보다 많은 400억원을 배당했다.
더 심각한 사례는 카카오그룹에서 나왔다. 김범수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는 순손실 33억원을 기록했음에도 150억원을 배당했다. 마이너스 배당성향(-447%)이라는 기형적 재무 구조 속에서 현금 배당이 강행됐다. 김 의장은 재산 절반 기부를 약속했다며 배당금이 기부에 활용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적 목적을 위한 자금 인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비상장사 지배구조 사각지대…“사금고 운영” 지적
전문가들은 이런 배당 관행을 ‘총수 일가의 현금 인출’ 또는 ‘사금고화’로 규정한다. 특히 비상장사는 외부감시가 어려운 지배구조 사각지대여서, 총수 일가가 배당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배당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편법 승계’와 ‘사익 편취’ 우려도 제기된다.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는 배당내역 공시 의무가 없고, 사외이사나 주주총회의 견제도 약하다. 이 때문에 총수 일가가 비상장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기반으로 자의적으로 배당을 결정해 막대한 현금을 챙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 상장사 소액주주 피해…제도 보완 요구
재계 한 관계자는 “비상장사의 무분별한 고배당은 상장사 이익 감소와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상장사 소액주주와 중소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배당 관행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재벌그룹 지배구조 내에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배당 투명성 제고와 내부거래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비상장사 사각지대를 활용한 총수 일가의 ‘현금 잔치’는 제도적 허점을 비웃고 있다.
◆ 공시 의무 확대·감시 강화 시급
경제계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비상장사에 대해서도 배당 공시 의무와 외부 감사 강화, 배당 한도 규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사회 감시 기능 강화와 공정위·국세청의 감독 확대도 요구된다.
총수 일가의 배당 잔치가 기업 재무건전성과 투자 여력까지 갉아먹는 가운데, 과도한 ‘사적 이익’과 ‘기업가치 보전’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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