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비용'인 정비사업, 사업 지연 시 수백억 원대 손실 가능성
조합 집행부의 교체 논리, 실현 가능성 낮고 법적 분쟁 가능성 높아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 재재신임 총회 개최를 결정하며, 최근 도시정비사업 전반에서 번지고 있는 ‘시공사 교체’ 흐름에 본격 동참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인허가를 관장하는 지자체와 브릿지론을 제공한 금융기관들조차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관리처분 접수 이후 이주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이뤄진 이번 결정이 과연 조합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 |
▲한남2구역 전경 |
이 같은 조합 집행부의 행보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인 판단인지, 아니면 위험을 안은 무리수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속내다.
우선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재개발 구역의 시공사 교체 사례들을 통해 과연 실질적인 이익이 있었는지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21년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급등은 건설공사비 전반을 끌어올리며, 서울 주요 도시정비 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유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시공사 계약 해지와 교체로까지 이어진 사례들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조합이 시공계약을 취소한 시공사 컨소시엄에 525억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이 나오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조합의 무리한 계약해지로 인해 7년간의 갈등이 결국 500억 원이 넘는 손실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방화6구역, 성남 은행주공, 신반포15차 등의 사례 또한 공통적으로 시공사 교체 이후 공사비가 오히려 더 높아졌고, 사업기간은 늘었으며, 각종 소송 리스크까지 안게 됐다. 시공사와의 갈등이 분담금 증가와 금융비용 폭탄으로 이어졌고,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만 가중됐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남2구역 역시 비슷한 길을 걷는 듯하다. 이 구역은 현재 PF를 제공한 금융기관과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시공사 교체를 시도 중이며, 인허가권자인 지자체로부터도 “관리처분 인가 접수 이후 시공사 교체는 인허가 초기화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대상이 단순 시공사가 아닌, 연대보증까지 제공한 파트너라는 점에서 리스크는 훨씬 크다”며 “이로 인해 조합은 향후 금융기관과의 법적 분쟁뿐 아니라, 행정절차 지연으로 수년간 사업이 멈춰설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한남2구역의 현재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지난 수주 당시 조합과의 소통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우건설은 조합원 설명회를 정례화하고, 고도제한 완화와 조망확보, 관통도로제거 등에 대한 대응 전략을 조합에 상세히 안내하며 신뢰를 구축했다.
![]() |
▲한남2구역 전경 |
하지만 최근 조합 집행부는 이 같은 배경을 뒤로한 채, 고도제한 완화와 관통도로 폐지 등을 이유로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이 역시 ‘새로운 시공사’가 이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대우건설과 체결한 계약보다도 훨씬 조합에 불리하거나 낮은 수준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시간이 곧 비용’인 재개발 시장에서 지금 한남2구역 조합이 내리는 선택은 향후 수년의 사업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가 아니라 현명한 유지라는 판단이다. 조합원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사업 기반과 시간, 그리고 비용의 가치를 냉정하게 되새겨야 할 때라고 본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