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물가 꿈틀…채소·과일값 급등에 ‘히트플레이션’ 우려

사회 / 한시은 기자 / 2025-07-13 09:52:51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장바구니를 채우는 소비자들이 이른 더위를 먼저 체감하고 있다. 기온이 평년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체감 물가는 전반적인 물가 지표와 달리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른 폭염이 본격적인 ‘히트플레이션’(폭염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활물가지수도 2.5%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일과 채소류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소비자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온 상승이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채소류는 특히 가격 불안이 크다. 산지 가격은 즉각 반응하지만, 소비자물가는 후행 지표이기에 뒤늦게 급등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전년 동기 대비 통계상 착시도 변수로 작용한다.

과거 사례에서도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해에는 농산물 가격이 두드러지게 올랐다. 2018년은 폭염일 수(일최고기온 33도 이상)가 31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해로, 당시 채소 가격은 9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12~14%씩 올랐다.

 

같은 기간 상추(9월 44.3%), 시금치(70.5%), 미나리(54.8%), 부추(36.6%), 무(34.4%), 당근(48.8%), 생강(104.1%)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과일류도 마찬가지였다. 수박(9월 38.1%), 복숭아(28.8%), 참외(25.8%) 등 주요 품목 가격이 8월~12월 사이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도 평균 최고기온이 30.4도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하며, 9월에는 늦더위에 따른 폭염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채소 가격은 9월부터 12월까지 네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배추(9월 53.6%), 무(12월 98.4%), 열무(10월 49.4%), 당근(12월 65.5%) 등 김장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겨울철 식재료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과일값이 상반기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상승률이 38.9%에 달했고, 6월 30.8%, 7월 21.0%로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품목별로는 배 가격이 6월 139.6%, 7월 154.6%, 8월 120.3%로 세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이는 197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감(8월 56.4%), 귤(6월 57.5%), 복숭아(6월 53.7%) 등도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는 배추 등 주요 품목의 산지 가격을 모니터링하며 수급 안정 조치에 나섰다. 병충해 예방과 냉방 시설 확보 등 생육 관리 강화, 정부 비축 확대, 수입 대체 가능한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등의 방안이 추진 중이다.

다만 채소류처럼 수입이나 비축이 어려운 품목은 정부 대응 여지가 크지 않아,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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