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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기자 |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국내 중견·대형 건설업계에서는 언론사를 거느리는 것이 일종의 ‘표준 전략’처럼 자리 잡았다. 정부·지자체와의 정책 협상, 인허가 과정, 지역 여론 관리에서 언론이 주는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중앙 일간지인 서울신문과 광주방송을 품에 안으며 전국과 지역을 아우르는 방송·신문 네트워크를 동시에 갖췄다. 중흥건설은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인수해 국내뿐 아니라 영문 매체까지 지배하며 대외 메시지 전달 채널을 확보했다.
태영건설은 지상파 방송사 SBS를 소유해 방송 콘텐츠를 통한 영향력을 누리고 있고, 부영주택은 TV조선과 인천일보를 통해 전국과 수도권 지역의 여론을 한꺼번에 커버한다.
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SG건설은 강원도의 유력 민방인 G1 강원민방을, 삼라건설은 울산방송을 거느렸으며 두진건설은 청주방송을 운영하며 해당 지역에서 사실상 ‘목소리 창구’를 장악했다.
부원건설은 브릿지경제, 동양종합건설은 영남일보, 남양건설은 광주매일을 계열에 두어 자사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에서 유리한 여론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방송사나 신문사를 소유하면 해당 지역 주민 여론을 선점하고, 필요할 때는 정책이나 개발사업과 관련한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다.
앞서 서희건설은 지난 2019년 내외경제TV의 지분을 인수했다가 경영난을 이유로 지분을 매각 했다. 업계에서는 이 점을 서희건설의 ‘구조적 약점’으로 본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나 공공사업 수주처럼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분야에서는, 언론 채널 부재가 직접적인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정책 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 스스로 여론을 전환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사업 지연이나 반대 여론이 커질 경우 대응 속도와 범위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들은 인허가 절차가 길어질 때 계열 언론을 통해 개발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주민 반대가 거셀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낸다.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해서도 계열 매체를 활용해 업계 입장을 신속히 전달하며, 정책 담당자들에게 압박 혹은 설득의 명분을 제공한다.
서희건설은 이러한 전략을 구사할 기반이 전혀 없으니, 위기 대응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항상 ‘외부 여론’에 의존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나토 목걸이’ 의혹 국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건 초기부터 전국 언론이 집중 보도하는 상황에서, 서희건설은 방어 프레임을 만들 여론 채널이 없어 대응 메시지를 직접 전파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의혹이 장기간 확대 재생산되는 흐름을 끊지 못했고, 이는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을 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관력은 인맥, 자본력, 여론 영향력 세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서희건설은 인맥과 자본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여론 채널 부재로 전략이 완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 역시 “언론사는 건설사 입장에서 단순 홍보 창구가 아니라, 사업 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정치적 자산’”이라며 “서희건설이 향후 사업 확장을 노린다면 미디어 전략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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