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일본 US스틸 인수 '한국 철강' 방어 전략 시급(2부)

자동차·기계 / 최성호 기자 / 2025-06-19 08:59:33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강판·냉연강판·도금강판·후판 등 판재류 제품/사진=자료/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일본제철이 19조 원을 들여 미국의 대표 철강사인 US스틸을 완전 인수하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은 새로운 판도 변화를 맞게 됐다. 하지만 이 격변 속에 한국 철강업계는 경쟁국의 '현지화 전략'에 대응할 해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점차 변방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내 고급 철강 생산기지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미국 정부와 ‘황금주’ 협약을 통해 안보 논란을 피해가며 사업 안정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미국 철강 수요의 상당 부분을 현지 생산으로 채우려는 탈중국·친우방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일본제철은 확실한 거점을 선점한 셈이다.


반면 한국 철강사는 미국 내 대형 고정 생산거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부가 제품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시장 전략이 부재한 상태다.

◇ 글로벌 현지화 vs 한국 수출 의존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로 조강 생산량을 연간 5,782만t까지 확대하며, 중국 안강(5,955만t)에 이은 세계 4위 철강사로 부상했다. 더욱이 미국 자동차, 방산, 조선산업에 직접 납품할 수 있는 생산·유통망을 현지에서 확보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가격 경쟁력과 협상 우위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철강업계는 POSCO를 필두로 고급강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 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바이 아메리칸 정책 등의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수출 자체가 점차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동차용 고장력강, 전기차용 무방향성 강판 등 전략 품목은 현지 공급 여부가 조달 기준의 핵심 요건이 되고 있어, 한국산 제품이 배제될 수 있는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철강주권 약화… 中·日 ‘기지 확보’ 경쟁에 밀려

 

이번 일본제철의 행보는 단순한 M&A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철강 안보 전략’으로도 읽힌다. 일본은 이미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에서 철강 합작법인을 통해 생산기지를 확보해왔으며, 이번 미국 진출로 주요 경제권 4대륙에 생산기지를 완성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포항·광양 등 국내 공장 중심의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생산 거점 부족이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아프리카, 일본은 미국을 전략 거점으로 삼는 데 반해, 한국은 아직까지 수출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철강 주권 약화는 장기적으로 제조업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산업계 대응 전략 부재… 뒤늦은 논의 필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해외 기업의 투자조차 ‘황금주’로 제한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업계는 아직까지 명확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와 조율을 통해 명칭, 고용, 투자 유지를 조건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협상 모델’을 제시한 점은, 향후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부처는 이번 인수에 대해 "국내 철강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았으며, 직접적인 대응 방안이나 공동 협상 전략, 현지 투자 로드맵 등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진공흡착식 크레인으로 이송되는 고망간강/사진=포스코 제공/최성호기자

 

공급망 재편·가격경쟁 심화·자동차 산업에 영향

 

이번 일본제철의 미국 진출은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철강 가격 변동성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구조 재편과 수요자 우위 시장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자동차 산업은 현지 공급망을 요구하는 동시에 고부가 강재 수요가 꾸준한 산업이다.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전기차용 강판 공급에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POSCO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와의 납품 경쟁이 미국 시장에서 본격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대로 가면 뒤처진다”… 지금이 전략 전환의 골든타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단순한 글로벌 M&A가 아니라 ‘안보-산업-공급망’이 결합된 전략적 전쟁에서의 승리로 해석된다. 한국 철강산업은 이제 미국·EU 중심의 자국 우선주의, 전략산업 보호주의라는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지금까지의 수출 일변도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정부는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과 협력하여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 현지 합작 전략 수립, 전략 품목 공동 대응 협의체 구성 등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산업 관련 전문가는 “지금은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며 “더 늦으면 한국 철강은 글로벌 무대에서 교섭력조차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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