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구조를 감안하면 너무 멀리 나간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SK는 2010년대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급격히 커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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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63)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의 이혼 판결이 자칫 SK그룹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SK그룹은 삼성그룹에 이은 우리나라 2대 그룹에 속하는 굴지의 기업군으로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지난 5월에 내린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의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판결로 졸지에 그룹이 풍비박산될 위험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가정의 이혼싸움이 기업은 물론 자칫 국가의 흥망성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사안이 될 수 있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조금이라도 고민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난 5월 30일 두 사람의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위자료 20억원과 재산 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최태원 회장이 불복해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로 함으로써 판결의 효력은 잠시 미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3심인 대법원마저 2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할 경우 국내 2대 그룹인 SK그룹은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등불'이 되어 분할돼 운영되는 운명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만난 그룹 관계자들은 2000년대 초반에 겪은 '소버린 사태' 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룹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은 물론이다.
앞서 지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려 SK의 최대주주가 된 뒤 최태원 SK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재계와 경제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듬해인 2004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최 회장이 승리하며 간신히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결국 2005년 7월 소버린이 SK㈜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 사태가 마무리된 바 있는데, 이때보다 지금의 이혼 판결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덩치로만 봐도 그렇다.
소버린 사태 당시 SK그룹은 10대 그룹 정도에 속하는 규모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SK그룹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재계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일치된 노력으로 그나마 외국계 운용사의 '국내 기업 침공 사태'는 짧은 시간 안에 일단락될 수 있었다.
지금도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태원 회장 측 SK㈜ 지분은 25.57%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외국계 거대 운용사나 헤지 펀드 등이 마음 먹고 공격을 한다면 소버린 사태처럼 풍전등화가 될 수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재산 분할 자금을 지불하기 위해 지분 일부를 팔거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최 회장과 지주회사인 SK㈜를 통한 지배구조는 현격히 약화돼 '모래 위의 집'처럼 더욱 위험한 구조가 될 게 뻔하다.
아무리 가사재판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재판 결과는 SK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업의 운명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은 좀 더 신중한 판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문을 경정(수정)하면서도 재판 결과는 동일하다며 당초 판결을 유지했다.
즉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하면서 그 결과 해당 주식의 가치가 15년 새 4456배 커진 과정의 기여도 판단도 달라졌다. 애초 재판부는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각각 355배와 12.5배로 판단했는데, 오류 수정에 따라 각각 35.6배와 125배로 뒤바뀌게 됐다. 그런데도 2심 재판부는 동일한 판결 결과를 유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오기가 있다면 당연히 경정을 할 수가 있지만 이 같은 판결에 경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깜짝 놀랐다"며 "오히려 최 회장 때가 아닌 최종현 회장 때 더 많이 성장을 했다는 의미라서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부부가 결혼하고 나서 오른 주식의 가치 증가분은 전부 분할 대상이 돼야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가 100원이었든 1000원이었든 현재 가치가 얼마냐가 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2심 재판부의 판결을 두둔했다. 즉 "부부가 경제공동체를 이루던 시절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 증가하면 부인 몫도 인정돼야 하며, 65:35의 비율로 나눠야 한다는 판단은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의 부부관계는 이미 상당히 오래 전에 파탄이 난 상태로 부부 경제공동체의 역할을 지속했다고 할 수 없음으로 이는 공정한 판결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에 주식의 가치를 언제로 기준을 둘지에 대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2000년대 초반에 파탄이 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이후 20여 년 동안은 경제공동체로 볼 수 없음으로 그동안의 주식 가치의 상승은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기업인의 경우 기업 규모와 성장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도를 가사노동과는 별도로 판단한 여태까지의 관행도 참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이 그런 경우인데, 2심 판결은 이를 부인하고 기업 성장에 따른 이익도 가사노동처럼 분할할 수 있다는 판결은 우리 사회구조를 감안하면 너무 멀리 나간 것은 아닌지도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은 2010년대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급격히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누가 봐도 SK하이닉스의 인수는 최태원 회장만이 할 수 있었던 경영 판단으로 이런 것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주식 가치의 상승분이 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첨단 반도체를 둘러싸고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최 회장과 임원들이 내린 경영 판단들은 현재 크게 빛을 발하며 주식 가치를 지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 등 사법부의 판단도 향후 SK가 글로벌 리더 그룹으로 지속 성장해 가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도출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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