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체적 열세는 탈락의 원인이 되지 않을 것
파리 올림픽에서 만만치 않게 활약하는 일본 팀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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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밤 펜싱 오상욱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파리 중심가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서 응원하고 있던 한국인과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지난 26일(현지시간) 개막한 2024 파리 올림픽 초반 레이스에서 한국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눈물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27일에만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1개씩 획득하며 국가 성적표 상단에 위치해 있도록 했다.
남자 펜싱의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물리치고 첫 금메달을 선사하는가 하면,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은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 수영 대표 선수인 김우민(강원도청)은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12년 만에 한국 수영에 메달을 선사했다.
다만 개막식 때부터 느낀 점이지만 우리 선수단 규모가 100명이 조금 넘는 수준(143명)으로 왠지 초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메달 5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웃 일본만 해도 약 400명이 출전해 금메달 20개를 목표로 한다고 전해지니 비등하거나 오히려 앞선 적이 있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국의 경우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은 모두 예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탓에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의 최소 인원으로 참가했다. 물론 누군가의 말대로 "스포츠의 가치는 메달 수로 측정할 수 없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함으로써 전달될 수 있는 것" "진인사대천명의 겸허한 자세로 3년간 흘린 땀의 결실을 묵묵히 기다린다"는 자세도 필요하겠지만, 갈수록 위상이 작아지는 한국 스포츠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 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스포츠의 메달은 그야말로 인간의 순수한 노력과 열정으로 일궈내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이 작지 않다. 어려운 일에 처한 사람이라도 그 감동의 드라마를 생각하며 다시금 일어서는 용기를 내기도 하고 견딤의 힘을 주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또한 산업 일선에서 땀을 흘리는 노동자나 직업인에게는 협동심을 자극하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좋은 사례가 되어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스포츠의 극복를 위한 땀방울과 조율을 위한 원팀 정신은 사회 저류에 흐르는 꺾이지 않는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스포츠는 2000년대 들어 단체 구기 종목 및 격투기 종목의 위상 약화, 수영 육상 골프 등 개인종목의 상승세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격투기 종목의 추락은 아마도 한국의 선진국 진입과 함께 예견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의 격투기 종목은 한국의 메달밭 역할을 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올림픽 본선에 참가할 선수들마저 거의 없을 정도로 선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을 참고 끈기있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사라진 게 그 원인이라고 한다.
다만 단체 구기 종목은 한때 한국 야구가 금메달을 딸 정도로 활약했고 축구, 배구, 핸드볼 등에서 나름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정도로 실력을 펼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그 위상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특히 이들 종목은 프로의 세계가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단지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게 그 위상 약화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가 그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선수에 쏠리는 관심이 지나쳐 못한 선수들의 박탈감이 크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 단체 구기 종목의 약화는 특히 SNS를 통한 '미투' 운동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서 선수들 간의 양극화가 불러온 원팀 정신의 상실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작은 일탈을 확대 재생산하는 영웅급 선수들에 대한 흠집내기와 깎아내리기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된다. 물론 잘못된 영웅을 세상에서 퇴출시킨 정당한 사례도 있겠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나는 힘든데, 너만 잘나가'와 같은 질투와 시샘에서 출발해 발목이 잡힌 영웅의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가짜뉴스라고 판명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영웅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고 사회에 대한 배신감, 상실감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 영웅을 롤모델로 삼아 달려 가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사례로 남을 것이다.
아울러 한국 스포츠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는 선후배의 조화된 마음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선배가 나서 자신의 경험을 과학적 지식에 녹이고 지혜로 승화시켜 후배에게 전하고 이게 축적돼 노하우와 교과서로 자리매김해 세대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예선 7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 혼신의 역영으로 값진 동메달을 획득한 김우민의 아버지 김규남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우민이가 올림픽 메달까지 따게 된 건 황선우 덕이며 황선우에게 정말 고맙다"라는 말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로 "황선우를 보면서 우민이가 좋은 자극을 받았다. 후배인 선우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고서 선우에게 많이 배웠다"며 "선우 덕에 한국 수영 경영 선수들이 대한수영연맹 등 여러 곳에서 지원받았고, 호주 전지훈련 등을 통해 우민이의 시야도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보다는 왜 그는 저렇게 좋은 성적을 냈고 저 위치에 올랐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나는 어떻게 저 위치에 올라가도록 노력할까 차분하게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단점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잘 살려 나갈지를 고민해 보는 모습도 한국 스포츠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장점이 있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 누구든 제 역할이 있고 사회에 혹은 원팀이나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우리 단체 구기팀에도 다시금 원팀 정신이 살아난다면 결코 우리의 신체적 열세는 탈락의 원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웃 일본의 단체 구기팀이 신체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위치인데도 파리 올림픽에서 만만치 않게 활약하는 데서 그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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