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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충북반도체고의 모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지난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년 만에 대만에 역전을 당했다. 한국 야구가 일본, 호주 등에 잇달아 패하면서 '도교 참사'가 발생했는데, 한국의 경제는 보다 일찍 참사가 발생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내다가 결국 주변국들에 한참 뒤떨어져 있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는데, 한국 경제 역시 뒤처진 경쟁력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로 치닫자 뒤늦게 현주소를 드러낸 게 아닌가 염려 되는 대목이다.
한때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으로 선진국 진입을 바로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되었는데, 이대로 주저앉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이 된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천661달러로 2021년(3만5천373달러)보다 7.7% 줄었다. 한은에 따르면 대만 통계청이 공개한 지난해 대만 1인당 GNI는 3만3천565달러로 한국(3만2천661달러)을 904달러 웃돌았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대만에 뒤진 것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1인당 GNI가 줄어들고 대만에 비해 뒤처졌다는 것은 국민의 구매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저하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한은은 원화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2천150조6천억원)은 3.8% 늘었지만, 이례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9%나 뛰면서 달러 기준 명목 GDP가 8.1%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021년 유엔 집계 순위로는 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4천756달러로 우리나라(3만5천373달러)보다 적었다"며 "2022년의 경우 일단 대만 통계청이 발표한 1인당 국민소득(3만3천565달러)은 우리보다 조금 더 많은데, 대만의 명목 GNI가 4.6% 늘어 우리나라(4.0%)와 비슷하지만 대만달러의 상승률이 6.8%로 원화(12.9%)보다 크게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미국 달러화 강세로 원화가 12.9% 절하되는 동안 대만 달러는 6.8% 절하에 그치면서 1인당 GNI가 역전이 됐다는 설명인데, 한꺼풀만 파고들면 반도체 경쟁력이 뒤진 게 결국 '소득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 반도체 산업의 펀데멘탈이 취약한 것이 국가 경쟁력이 뒤처지는 효과로 나타나고 이에 환율이 뛰어 오르다 보니 국민소득으로까지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대만에 20년 만의 국민소득 역전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고 특히 중국향이 줄면서 중국과의 무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한 게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은 지난해 양안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대중 무역에서 흑자를 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반도체 산업이다.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따라 중국 반도체 수요가 대만으로 집중되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은 일찌감치 반도체 산업에서 설계를 제외하고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생산 전 단계에 걸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한 국가로 손꼽힌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개발 생산에는 삼성전자의 초기술 격차 전략이 통하고 SK하이닉스가 뒤따르면서 수출의 5분의 1 이상을 커버하며 수출과 국민소득이 동시에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2020년대 이후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차산업혁명이 촉발되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기술 성장의 속도가 느려지고 우리나라의 기술 선점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재용 회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1980년대 말부터 이미 이 분야에 힘을 쏟아 부은 대만의 TSMC 등을 따라잡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이에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의 불황과 함께 대중 수출 통제가 가져오는 폐해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결코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회복의 시간을 단축하고, 따라잡는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를 줄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SK 최태원 회장도 이런 점을 감안해 진작부터 발이 달도록 현장에서 뛰고 해외 거래처에도 발품을 부지런히 팔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비해 정부나 정치권의 노력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함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 기업들이 생태계 조성부터 선두의 대기업까지 반도체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선제적 투자를 감행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각종 규제를 철폐해주는 것은 물론 투자에 따른 조세 감면, 반도체 교육-고급 인재 양성 등 인프라 구축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아울러 오너 리스크를 가급적 줄여줄 필요도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혼자서 치고 나가는 1인 플레이를 벗어나 중소-중견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상호 다중 플레이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치권-정부-대기업-중소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우리의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온전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도 튼튼한 공급망 체계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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