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는 것은 겁박 내지는 억지주장으로 들려
물밑대화를 통해 단계적 증원 등을 논의하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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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터진 지 오늘(10일)로 20일째를 맞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편이 커지고 의료대란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이렇게 사태가 커질 일인지 의아해하고 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의사 단체들이 국민의 시각이 아닌 자신들의 시각에서 초래한 집단 이기주의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기에 불편과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를 규탄하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모두 잘못됐다는 '양비론'조차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으로, 이제라도 의사단체는 창구를 일원화해 조건 없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민낮도 상당 부분 드러났다. 그동안 의료 수요의 태반을 대학병원에서 처리하다 보니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소위 인턴과 레지던트가 없는 의료체계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국에서는 이런 문제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일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 의료체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전공의가 의료 서비스의 중추를 담당하다 보니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집단행동도 흔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전공의들은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도 오로지 환자만을 바라보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으로 희생해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9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건강보험 제도는 전적으로 의사들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이 넘는 살인적 노동을 감내하며 세계적으로 수준 높고 저렴한 필수의료를 지키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의사단체들도 시인했듯이 이제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할 때라고 본다.
이런 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력 충원을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의대 증원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시에 우리 의료 체계에서 대학병원이 아닌 전문병원이나 의원들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본다. 이들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서비스를 대학병원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의사단체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 역시 관건은 의사들의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일이라고 본다. 좋은 의사들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들이 첨단 의료기기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구현한다면 굳이 대학병원에만 의존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환자들의 병의원에 대한 의사 접근권을 확대할 수 있는 원격의료를 활성화시키는 일도 필요하리라 본다.
더 이상 집단행동을 통해 사태를 키워서는 안 된다. 우선 의사단체들은 목소리를 일원화할 수 있도록 협상 창구를 일원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들에게 일임해 정부의 증원 계획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되레 의사단체들이 정부가 조건 없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겁박 내지는 억지주장으로 들린다. 국민에게는 부족한 의료서비스를 정부가 잘 조정해 인력 배분을 하면, 지금 인원으로도 충분하게 처리할 수 있으니 감내하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들린다.
국민 대다수는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이 이미 국민의 목소리라고 판단해서 일임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니 의사단체도 하루빨리 창구를 일원화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후 물밑대화를 통해 단계적 증원 등을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즉 올해는 1000명 정도를 서울대 및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증원하고 내년에 500명, 내후년에 500명을 추가해 2000명을 늘리는 정도로 협상을 하면 어떨지도 생각을 해본다.
이런 계획으로 수도권보다는 지방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을 하고 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지방에 머무를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그들과 함께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요한 축인 간호사 인력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이들이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민주당이 추진했던 간호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하는 조치가 병행되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전공의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행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발표는 바람직해 보인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전문의 내지는 해당 병원에서 직접 일하는 분들로 체제를 개편하고 진료지원 간호사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확실한 개선책이 강구되기를 바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소위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가톨릭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는 2745명으로, 이들 병원 전체 의사(7042명)의 40%를 차지한다. 여기서 전공의는 특정 과목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동시에 교육받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통칭하는 말이다.
아마도 살인적인 노동강도까지 감안한다면 대학병원 서비스의 50% 이상을 이들에게 의존해서 운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우리나라 병원 운영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안도 적절히 강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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