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분열돼 있는 양상 노쇠화 현상 초래
자유 민주주의 바탕에서 끊임없이 혁신해
국운이 융성하며 젊은 성장국가로 거듭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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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2030년 돈의 세계지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대한민국은 1945년 광복을 통해 잠 자던 호랑이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가로 태어나는 데 성공했다. 지난 80년 동안 우리 국민의 단합되고 일치된 노력은 민주화의 성숙과 함께 국민소득 수준에서 선진국가 반열에 오른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그 역동성이 과했는지 아니면 벌써 쇠락의 전환점을 맞았는지 최근 10여 년은 극심한 분열과 혼돈의 양상을 보이며 경제적 성장과 민주적 발전의 지향점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올해는 특히 벽두부터 탄핵정국을 맞아 정치, 경제 모두에서 극심한 불확실성에 처한 채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분열과 대립이 장기화하고 있고 민주주의마저 위협 받는 시국에 처하고 있다.
분열과 대립의 장기화와 민주주의 쇠퇴는 결코 국가와 민생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고, 제로섬 게임을 넘어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조선시대의 정치가 그렇다. 세종 성대를 이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조 반정 이후 지도층의 분열이 뚜렷해지고 국민을 단합시킬 정치적 지향점을 잃어버리면서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중기와 후기로 갈수록 진영 간의 대결이 뚜렷해지고 권력을 향한 헤게모니 쟁탈전인 당파싸움이 치열해지더니 결국 망국의 길에 들어선 바 있다. 분열을 치유하거나 극복하지 못하고 확대 재생산을 하면서 국력의 진공상태를 초래하고 결국은 주변국들의 침략마저 불러들이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결국 한 국가의 분열과 혼돈은 내부적인 문제를 떠나 주변 국가와의 경쟁 관계에서 균형을 무너뜨려 열등국가로 추락하는 원인이 되고 다른 나라의 지배와 간섭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은 우리 역사뿐 아니라 세계 많은 국가에서 입증이 됐고 지금도 일어나는 불변의 법칙이 되고 있다.
이미 우리 정치의 분열상은 외국인들에게서도 포착이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최근 출간한 '2030년 돈의 세계지도'에서 한국을 쇠퇴하는 국가로 분류한다.
즉 그는 이 책에서 향후 10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와 향후 10년간 쇠락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를 소개하는데, 한국을 향후 '10년 이내에 저무는 나라'로 분류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성장이 멈추고 노쇠한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 대해서는 남북 사이의 국경이 열리고 통일이 실현되면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에 비해 로저스는 우리 주변국가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준다. 일본의 경우 패전 직후 싸고 품질 좋은 자동차와 전자 제품을 수출해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자유로운 정신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을 넘어서려는 국민들의 일치된 강력한 열망을 반영해 차세대 패권국으로 꼽는다.
짐 로저스의 시각이 그대로 들어 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본다. 우리 주변의 일본과 중국은 다시금 강력한 국가로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자칫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은둔의 국가, 쇠락하는 국가로 남는다면 2030년대 이후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주변 국가의 국민들은 더 좋은 미래국가 건설을 위해 일치단결된 노력으로 밤낮 없이 뛰고 있는데, 우리는 남북이 갈라진 채 그것도 모자라 세대 간, 남녀 간, 지역 간, 정치세력 간 갈등과 분열이 일상화되어 힘의 분산이 초래된다면 로저스의 예상대로 10년 내에 저무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미 의료사태에서 나타났지만 여론이나 국가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정도로 기존 이득(기득권)을 놓지 않고 계속 잡고 있으려는 집단들의 이기주의가 심화돼 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 세력마저 극도로 분열돼 있어 여론을 이끌 방향타를 잃고 있다는 점에서 노쇠화 현상 초래마저 예상된다.
이런 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를 마주하면서 단일대오를 갖추지 못한 데서도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치권과 여론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여론마저 분열 양상을 띠면서 혼돈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그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야당의 일방적인 국정 방해 행위나 의료사태 등의 시국을 감안하면 대통령으로선 극단의 수단을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여론을 불러일으킨 게 원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정치인들은 더 이상의 이념 논쟁이나 기득권 지키기를 벗어나 중도를 향해 타협하고 협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적인 정치 행태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종교 세력이 정치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행태가 사라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포퓰리즘을 멀리하고 기업인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 바탕에서 끊임없이 혁신해 국운이 융성하며 젊은 성장국가로 가는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올 한해는 정치권의 행태가 대한민국이 선진 일류국가로 확실하게 올라설지 아니면 발전이 멈춘 채 쇠락하는 후진국으로 떨어질지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국민이 힘을 합해 동아시아의 은둔 국가가 아닌 젊은 호랑이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예언했던 대로 대한민국이 21세기는 물론 22세기나 그 이후에도 영원한 '동방의 등불'로 남아 동아시아 국가들을 널리 먹여 살리는 나라로 계속해서 성장해 갔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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