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모펀드가 '제조업 허리' 고려아연 적대적 M&A 나선 것 자체가 문제 아니냐

인물·칼럼 / 김완묵 기자 / 2024-11-24 06:52:19
MBK가 사모펀드로서 쌓아왔던 명성마저 퇴색할 위기
현명한 조기 엑싯(투자금 회수) 결정마저 필요한 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국가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며 지속 가능한 경영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고려아연은 대한민국 최대 규모, 세계에서도 굴지의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다. 아연과 납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제조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원료와 소재들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제품들은 글로벌 공급망과도 관련되는 필수 소재인 만큼, 국내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양극재에 소요되는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그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관련 업계가 큰 걱정을 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가능하다면 큰 후유증 없이 사태가 해결되어 고려아연이 예전처럼 우리 제조업의 허리역할을 튼튼하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대주주였던 영풍이 사모펀드인 MBK를 동원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MBK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도록 구도가 짜여 있는 만큼, 사모펀드가 적대적 M&A에 나섰다고도 할 수 있다. 사모펀드가 적대적 M&A에 나선 것도 드문 케이스에 속하고 더욱이 국가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아연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또 하나 적대적 M&A의 동업자(?)를 자처하며 나선 영풍과 장형진 일가가 그동안 해왔던 석포제련소 등 자신들의 사업 행태를 반추해본다면, 과연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개념 자체를 생각이나 해보고 이번 사태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필사의 노력으로 적대적 M&A 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최대주주 자리는 영풍과 MBK가 가져가면서 다음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의 퇴진이라는 불상사가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제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정부 당국과 주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단순히 자본시장의 논리에 맡겨 방관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가 고려아연이 지난 9월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에 대해 18일 국가핵심기술로 승인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이는 향후 MBK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 뒤 추진할 수 있는 해외매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만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경우 경영권을 인수한 MBK 측이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아연 제련 사업만 따로 해외에 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조치가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이 추가로 적철석 제조 기술과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고 추가 신청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젠 시장에서는 논란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적대적 M&A를 계속하려는 MBK의 저의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가 보통 기업 인수전에 뛰어드는 경우는 경영 위기에 빠진 기업을 자신들의 방식을 접목해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복원해 회생시키려는 목적을 가진다. 그래서 사모펀드는 시장에서 저승사자로 통하면서도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인수전에 뛰어든 고려아연은 그런 기업이 아니다. MBK가 부실의 늪에 빠져들 염려가 있어서 자신들의 참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은 했지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고려아연과 그 경영자인 최윤범 회장은 사모펀드의 개입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전도가 양양한 기업으로 통한다.

 

고려아연은 지금과 같이 중국의 저가 공세로 많은 국가들의 제조업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온 몇 안 되는 기업으로서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타깃으로 삼을 기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 중인 영풍과 장형진 일가가 그동안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 총액이 1조13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투자수익률은 4979%에 이른다. 특히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9년 이후 배당금 지급액은 급증했다. 올해 초까지 불과 5년 만에 장씨 일가 및 영풍 등 관련 회사에 지급된 배당금 총액만 602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강화된 주주 환원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장씨 일가와 관련 회사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풍과 장씨 일가가 내세운 현 경영진의 최대주주에 대한 홀대나 무시, 경영 효율화라는 명분은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풍과 장형진 일가는 사모펀드인 MBK의 자금력을 활용해 아예 적대적 M&A를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MBK가 사모펀드로서 쌓아왔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선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전의 조기 엑싯(투자금 회수)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사모펀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달라는 제언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진흙탕 싸움을 계속해갈 경우 MBK의 앞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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