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경제와 복지 증진, 과학기술 강국 도약 등
실용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진 세력이 정치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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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4만달러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한국 민주주의가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포고를 시작으로 14일 국회의 탄핵 결정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가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는 1987년 6.29 선언을 시작으로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4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든지 나락의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민주주의가 상당히 성숙됐다고 하는 현 시대에도 통치자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극단의 방법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헌법에서 설계한 정치제도가 문제점이나 미비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음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이번 혼란기를 계기로 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해 본다. 가령 우리가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기에 내각책임제 요소를 일부 도입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내각책임제는 임기에 제한이 없이 국민 여론을 비교적 빠른 시간에 반영해 지도층을 바꿀 수 있는 탄력성이 있지만, 대통령제는 주어진 기간 안에 국민의 여론과는 관계 없이 제왕적 통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여론과 정치가 표리부동하고 겉돌 수 있는 단점이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과 일부 국회의원을 함께 뽑아서 국회와 정부가 어느 정도 여론을 반영해 통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지만 한국의 대통령제는 이런 보완장치가 아예 없다. 그래서 길게는 5년 내내 국회와 대통령이 국민의 이익과는 전혀 관계없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주도권 싸움만 벌이다 중요한 정책 결정을 못하고 시간을 소비하는 형국이 될 수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와 같이 극단적으로 대통령과 의회의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 대통령에게 임기 중이라도 국회해산권을 줘 자신의 재신임과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도록 해 진퇴를 결정하는 방식 등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우리 정치 세력이 극단의 정치적 이념보다는 중도 실용주의가 중심이 돼서 통합과 혁신의 정치를 정착시키는 과제도 중요하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하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 이르는 과정에서 국민 분열이 심화되고 극단의 정치적 대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차제에 중도와 젊은 층이 중심이 돼서 통합과 혁신의 정치를 실현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제언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정치가 21세기에 걸맞은 중도 통합의 실용정치를 정착시키지 못할 경우 계속해서 현실과 정치가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우리가 선진국에서 중진국이나 후진국으로 도태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이미 4·19혁명을 시작으로 5·18민주화운동,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으로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탄생한 현재의 정치체제는 철저히 진영의 정치로 전락하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더욱이 얼마든지 이 시대에도 통치자가 마음만 먹으면 군대를 동원한 군사쿠데타 시도가 가능함을 드러냈다. 아마도 이런 시도는 향후에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가 있고 그때는 훨씬 더 많은 피를 흘리고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만약 다음에 군사쿠데타가 발생한다면 그 쿠데타의 주인공은 훨씬 더 정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훨씬 더 강압적인 방법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가 다음의 독재자에게는 하나의 훌륭한 교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최악의 사태를 감안한 정치적-사회적 마찰과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의 힘 김상욱 의원(44)이 간청했듯이 중도 실용세력이 중심이 되는 건강한 정치가 실현돼야 한다. 여기서 중도 실용세력이라면 이념보다는 국민의 민주적인 건강한 삶을 기반에 두고, 먹고 사는 경제와 복지 증진, 과학기술 강국 도약 등 실용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중점적 관심을 가진 세력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자연스레 30~50대 젊은 층 중심의 중도 실용세력이 주도하는 정치라는 데 초점이 옮겨 가고 이들이 걸어가는 정치적 여정이라면 통합하는 길도 수월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금까지 젊은 층은 정치적 철학이 부재한 채 단순한 일상의 행복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상태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와 그들을 대변할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젊은 층이 자기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정치철학이 없다면 미래세대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형성될 수가 없고 국민의 미래를 보장하는 정치적 토양도 마련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태극기 부대와 민주노총과 같은 극단적인 진영 세력에 기생하는 구태의연한 정치가 주도하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돌파하지 못하고 먹고 사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도 요원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국민이 도태되지 않고 경제적 복지국가 실현, 민주적인 입법과 민주사회 실현 등 현안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가기 위해서는 젊은 층과 중도 실용세력이 주도하는 정치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정치가 우리 사회에 도래할 때 경쟁 국가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고 국민 다수가 행복하면서 통일국가로 가는 길도 열릴 것이다.
이번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벌인 윤석열 탄핵집회는 다행스럽게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과거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그들의 욕구를 분출하는 기회가 됐다. 앞으로 이뤄질 새로운 정치 문화 형성과 선거 과정에서도 이들의 활발한 참여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주주의가 한층 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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