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시름하는 인텔과의 협업을 적극 검토해야 할 필요
존재감이 거의 없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사세를 키울 수 있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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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쩌면 삼성전자와 쌍두마차가 되어 국내 반도체 산업의 황금기를 개척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기대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엔비디아, TSMC와 협력을 강화해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비디아가 게임용 반도체에서 주로 쓰이던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인공지능 반도체로 확장을 추진할 때,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 성공하며 AI 반도체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고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한 HBM을 TSMC에 넘겨 이곳의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해 마침내 AI칩으로 제작했고, 엔비디아는 이를 오픈AI에 공급함으로써 오늘날 챗GPT가 탄생한 역사를 돌아보면 SK하이닉스의 역할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노력은 이제 실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7조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당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분기에는 더 많은 영업이익을 올려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3분기 누적으로 SK하이닉스는 15조3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연간 2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주가는 한때 25만원에 근접했고 시가총액도 200조원을 넘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전체 D램 시장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고 그 이후부터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HBM 시장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가 이르면 2026년 연간 D램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결국 전체 영업이익에서도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시기가 수년 안에 도래하고 시가총액도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것 아니냐 하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목표를 삼성전자 추월에 둬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왜냐하면 TSMC와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HBM을 만들어서 TSMC에 납품하는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현재의 거의 독점적인 위치가 사라지고 갑인 TSMC 이익에만 봉사하는 레드오션 시장에 머무를 수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TSMC의 먹이사슬이 되어 이전투구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도 예상된다. 지금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3사 과점시대는 사라지고 중국 업체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비극적인 운명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텔과의 협업을 적극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인텔이 중국에서 운영하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90억달러에 인수한 적이 있어 얼마든지 양사의 우호적인 협상의 여력은 있다고 보여진다.
이에 비해 인텔은 최근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최악의 상황에서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미래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때는 무어의 법칙을 만들어낼 정도로 반도체 업계의 황제로서 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엔비디아나 TSMC 등에 밀려 3류기업으로 쇠락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여 년간 업계의 혁신 흐름에 뒤처지는 안일한 경영의 결과물로 추정된다.
그런 만큼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인텔로서도 구원군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인텔의 구원군으로서 거론되는 삼성전자나 애플은 현실성이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는 게 지배적이다. 설사 이들이 인수나 협력을 시도해도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라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사업이 겹치는 분야가 거의 없어서 경쟁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을 일이 거의 없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인텔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한다면 양사가 얻는 이익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SK하이닉스는 존재감이 거의 없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사세를 급격히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회복해 TSMC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AI 반도체칩 제조에도 도전해 볼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인텔이 갖고 있는 다른 기술에도 협력해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나 TSMC에 버금가는 경쟁상대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 반도체 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황금마차의 두 바퀴가 되어 준다면 2030년 이후의 먹거리도 충분하게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는 용인-수원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들어 4차산업혁명시대에 소요될 제품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설계에서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 소재-부품업체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집적단지를 만들어 고급 인력들에 대한 대규모 고용창출의 기회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을 넘어 파운드리까지 아우를 수 있는 삼성전자 수준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21세기 중반 우리 국민에게는 더 없이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이런 큰 기업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잡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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