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잘 보내셨나요?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이 모여 이런저런 다양한 얘기를 나누셨을 텐데요. 혹시 어느 곳에나 꼭 있는 말썽꾼 때문에 속을 끓이진 않으셨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오늘 소개하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이하 카라바조) 이야기를 잘 읽어 보세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저질렀지만,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그림 실력과 독창성으로 세상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니까요.

카라바조의 예술적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매우 극적인 빛과 구성을 통해 무대의 한 장면처럼 표현했다는 점과, 두 번째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등 사회 각층의 인물들을 작품에 배치한 것입니다. 특히 인공의 빛을 연출한 것처럼 빛과 그림자가 대비되는 테네브리즘 기법은 후대에 램브란트나 요하네스 베르메르에게 영향을 줬을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카라바조가 당대의 사랑받는 예술가이긴 했지만, 그의 작품을 본 가톨릭 신자들은 충격을 받았고 비난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도 카라바조의 죽음과 관련된 작품들은 어둡고 참혹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보는 동안 어딘가 불편합니다. 당시 르네상스 시대를 겪은 신자들에겐 그림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컸어요. 그림 속 성자들은 술에 취한 모습이거나, 매춘부를 마리아로 혹은 노숙자를 예수의 모델로 그려서 불쾌감을 더했습니다.

또한 바로크 시대를 이끌었던 이 위대한 예술가에겐 큰 결함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인성 문제였어요. 카라바조는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했고, 술집이나 길거리에서 많은 싸움을 벌였습니다. 경관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칼을 가지고 거리를 배회하는 등 당시에도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기이한 위법 행위들을 저질렀습니다. 한 예로 식당에서 덜 익은 음식을 준 것이 자신을 모욕한 일이라며 직원에게 칼을 휘둘러서 상처를 입히고 접시를 얼굴에 던지는 등 11차례 이상 중범죄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러던 중 당대 미술계가 발칵 뒤집히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카라바조가 사람을 죽인 것입니다. 뛰어난 실력으로 교황과 고위 계급들의 작품을 도맡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켜도 많은 면죄부를 받았던 그였지만 살인만은 죄를 면할 수 없었습니다. 로마에서 카라바조에게 사형이 내려지자 잽싸게 나폴리로 빠져나왔고 최종 목적지인 몰타로 도망쳤습니다. 지명수배 중에도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림을 통해 자신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교회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 그림은 카라바조가 망명 중에 교황에게 보내기 위해 그린 작품입니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의 표정을 보세요. 골리앗을 물리친 패기 넘치고 위풍당당한 다윗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카라바조는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현재 얼굴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윗의 얼굴에는 자신의 젊의 시절의 모습을 그려 넣었죠. 이는 젊고 순수한 카라바조가 늙고 타락한 카라바조를 물리친 뒤 죄를 회개하고 잘못을 구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의 본성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몰타에 있는 동안에도 그는 기사단 중 한 명을 폭행하며 또 감옥에 갇혔지만, 탈옥하고 시칠리아로 도망칩니다. 끊임없이 사고를 치고 도망가는 시간이 반복되자 카라바조는 점점 공포 속에 살게 되었어요. 편집증이 생기고, 사람들과 다툼 및 불화는 더욱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중 그가 전에 폭행한 기사의 동료들이 그를 집단으로 공격했고, 카라바조의 얼굴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손상되었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피해 도망자 신세로 살던 카라바조는 가까스로 사면 소식을 듣고 로마로 돌아가던 중, 그가 사면된 것을 알지 못한 병사에게 잡혀 38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자신의 그림처럼 삶에서도 빛과 어둠의 대조가 극명하게 갈렸던 카라바조. 자기 억제를 하지 못한 성격 탓에 암흑 같은 삶을 살았지만 뛰어난 예술적 성취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눈길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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